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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로 전에 올린 글이 반응이 거의 없었습니다.

오델로 전략도 좋은 주제지만 오델로 선수, 대국, 대회 관련된 이야기도 흥미 있는 주제라고 생각해서 이번에는 오델로의 현황(?)에 대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오델로가 한국에는 널리 보급된 편이 아니다보니 그냥 간단한 게임 중 하나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회도 열리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델로를 진지하게(?) 두고 있습니다.


과연 전 세계에 오델로를 두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오델로를 둘 줄 아는 사람들 중에 룰만 알고 있거나 한 두 번 정도 둬 본 것이 전부인 사람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한 번 세계오델로연맹(World Othello Federation)에 등록된 선수를 확인해봤습니다.

각 국가별 연맹에서 개최하는 대회에 참가하면 세계 연맹에 등록이 되고, 38개월 이내에 대회에 참가한 실적이 있어야 레이팅이 산출됩니다.

2018년 8월 10일 기준 11,419명이 등록되어있고, 그 중 2,840명이 레이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국인 중에 등록된 사람은 157명이고, 이 중 62명이 레이팅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국 수가 일정 수 이상이 되고 레이팅 오차범위가 200 이하가 되면 official player가 됩니다.

2018년 8월 10일 기준 전 세계에 1438명, 한국에는 33명이 있습니다. 

이 정도 인원이 꾸준히 오델로계에서 활동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세계에 오델로를 두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에서 오델로를 잘 두고 많이 두는 나라는 어디일까요?

세계 랭킹 100위 안에 83명이 일본인입니다. 그 외에 100위권 안쪽에 태국, 홍콩이 3명, 중국, 싱가포르가 2명, 한국, 미국,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말레이시아, 아르헨티나가 1명이 있습니다.

세계 랭킹 200위권 안에는 153명이 일본인입니다.

예전에는 유럽에도 강국이 많았는데 요즘은 일본이 압도적 강세에 태국, 중국이 추격하는 형세입니다.

일본은 오델로 종주국 답게 다른 나라에 비해 보급도 많이 되어있고 실력자 또한 많습니다.

세계대회 우승하는 것보다 일본 대표로 뽑히는게 어렵다고 할 정도입니다.


오델로 대회 또한 역사가 짧은 편은 아닙니다.

1960년 대 일본에서 '오델로'라는 이름의 게임이 만들어진 이후 1973년에 일본에서 첫 대회가 열렸습니다.

이어 4년 후인 1977년에는 첫 세계대회 (World Othello Championship)이 열렸고 매년 열리면서 올해로 42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2003년부터 꾸준히 세계 대회에 대표를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 대표들 중, 2003년에 정태준 五단이 8.5 포인트으로 8위를 한 적이 있었고, 2016년에는 오정목 九단이 8 포인트로 16위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2005년도에는 9.5 포인트로 이광욱 九단이 결선에 진출하였고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한국인 유일의 4강 진출입니다.

이 때 경기가 꿀잼이었다고 합니다. 나중에 썰을 풀게요.


세계대회 뿐만 아니라 유럽에는 European Grand Prix라고 해서 유럽권 국가에서 돌아가면서 개최하는 대회가 있습니다.

1년 동안 각기 다른 나라에서 7번의 대회가 열리고 각 대회에서도 상을 주고 1년 간 누적 성적으로 주는 상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2002년에 오델로 협회가 만들어졌습니다.

현재 단급제도로 실력을 인증하고 있으며, 18~1급, 아마 1~7단, 공인 初~九단까지 있습니다.



협회에서 대회도 개최하는데 전국 대회는 총 3개가 있습니다.

겨울에 왕중왕전이 있고, 봄에 전국선수권, 여름에 명인전이 있습니다.

원래 왕중왕전은 대회 수상을 한 사람, 명인전은 공인 단 보유자만 참가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없다보니 출전 자격 제한이 없어졌습니다 ㅠ

또한 입단 대회도 있었는데 요즘은 특별입단 제도 때문에 열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원, 인천 등에서 지역 대회도 열립니다.

앞으로 열릴 대회 중 가장 빨리 열리는 대회는 9월 1일에 있는 인천 대회로 외국인들도 참석하고, 전국대회보다 상금 규모가 더 큽니다. (한국인 중 1등 30만, 2등 10만)

작년 인천 대회에서는 중국, 태국, 일본에서 선수들이 왔는데 올해는 일본 선수만 오는 것 같습니다.

비록 한국에서 오델로 인구가 많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세계대회 우승자가 나올 날이 있을 것이라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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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델로를 접한 분 중에서 판의 모서리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가끔씩 이것을 오델로 전략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의 그림에 점으로 찍어 놓은 판의 모서리 부분을 지금부터 코너라고 용어를 통일하겠습니다.

좌표로 표현하면 A1, H1, A8, H8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너에 놓인 돌은 다른 돌에 의해 감싸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코너에 위치한 돌은 게임이 끝날 때까지 뒤집어지지 않기 때문에 유리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델로에서는 돌을 둘 수 있는 곳이 제한되기 때문에 바로 코너를 둘 수는 없습니다.

게임이 진행되다보면 어느 순간 코너를 차지하거나 내줘야 되는 상황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과연 코너를 많이 차지한다고 승리를 보장할 수 있을까요?


답은 '아니요'입니다.

아래 동영상 링크는 세계 오델로 챔피언 타카나시 유스케 九단이 두 변과 나머지 코너 하나를 내 준 상태에서 일반인과 대결하는 영상입니다.

https://youtu.be/Gf1EvRrF1Zw?t=5m16s


16개의 돌이 시작하기 전에 먼저 깔려있으니 크게 불리해보입니다.

과연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흑을 잡은 타카나시 유스케가 36-28로 이겼습니다.


과연 그는 어떻게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었을까요?



일단 이 장면을 보면 흑은 백이 차지하고 있는 위쪽 변과 오른쪽 변에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아래 변에 흑이 둘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흑은 아래쪽 변에 자리를 잡았는데 위의 장면에 있는 흑돌 세 개는 다시 백으로 바뀌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흑이 아래쪽 변을 거의 다 차지했으며 왼쪽 변에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백은 왼쪽 아래의 코너와 오른쪽 변, 위쪽 변에서 세력을 확장하지 못했고, 백이 만든 빈틈에 들어가 흑이 야금야금 자리를 차지하면서 이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사례로 이야기 하고 싶은 내용은 '굳힘돌'이라는 개념입니다.

굳힘돌은 게임 중 더 이상 뒤집혀지지 않는 돌을 의미합니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코너에 돌을 두면 뒤집을 방법이 없기에 굳힘돌이 됩니다.


코너 뿐만 아니라 코너에 좌우상하로 인접한 같은 색의 돌은 모두 굳힘돌이 됩니다. 

위의 그림에서 점을 찍은 모든 돌은 굳힘돌이 됩니다.

그래서 코너를 선점하면 변을 따라 같은 색의 굳힘돌을 확보할 수 있어서 유리합니다.


물론 수준이 높은 사람들은 코너를 차지해도 굳힘돌을 많이 얻지 못하게 만들거나, 굳힘돌을 만들 기회 자체를 없애버립니다.

위의 대국도 코너를 먹었지만 굳힘돌을 늘여갈 기회를 얻지 못해 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전략 역시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간략하게나마 용어 정리를 하겠습니다.

앞으로 좌표로 표기하거나 특정 칸은 용어로 지칭하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오델로에서는 열을 알파벳 A ~ H, 행을 숫자 1 ~ 8로 표현하고 특정 칸을 표현할 때 열과 행 순서로 붙여서 A1, D2 등으로 표현합니다.

또한 중요한 칸을 따로 지칭하는 용어도 있습니다.

이 용어는 계속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코너 (귀, 구석, 모서리 등) : A1, A8, H1, H8

X 스퀘어 (위 그림에서 십자표시 검은 돌) : 코너에서 대각선으로 한 칸 인접한 칸 (B2, G2, B7, G7)

C 스퀘어 : 코너에서 상하좌우로 한 칸 인접한 곳 (B1, G1, A2, H2, A7, H7, B8, G8)

A 스퀘어 : 코너에서 직선으로 두 칸 인접한 곳 (D1, E1, A4, H4, A5, H5, D8, E8)

B 스퀘어 : 코너에서 직선으로 세 칸 인접한 곳 (C1, F1, A3, H3, A6, H6, C8, F8)

변 : 코너를 제외한 판의 테두리 부분 (A, B, C 스퀘어를 모두 포함한 곳, 판에서의 위치에 따라 상변, 하변, 좌변, 우변이라고 세분화하여 지칭하기도 함)

X 라인 : X 스퀘어를 잇는 대각선 (A1부터 H8까지의 대각선을 화이트라인, A8부터 H1까지 이어지는 대각선을 블랙라인이라고 세분화하여 말하기도 함)

C라인 : C스퀘어를 잇는 대각선 (B1 - H7, A2 - G8, A7 - G1, B8 - H2)


오늘은 여기에서 마치고 나중에 다른 전략도 글로 써보겠습니다.

혹시 오델로 관련해서 다루면 좋을 것 같은 주제 있으면 댓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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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편 : 제 4회 명인전 1편


점심을 먹고 난 이후 4라운드가 시작하였다. 흑을 잡았고 상대는 나와 같이 2승 1패 중이었던 남성우 初단이었다.

[4라운드 기보]

상대 백이 직각으로 나오기에 Rose-Tamenori / Rose-Birdie로 진행하였고, 일반적인 대응이 아닌 Rose-Tamenori-Kling으로 가는 14수 백 F6를 택하였다. 15수 흑 G4 이후 상대는 -3인 16수 백 D7을 택하였고, 차이를 조금씩 벌려 26수 상황에서는 +6이었다. 26수에서는 F8이 먼저 눈에 들어왔지만 나중에 불균형변을 스스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끼워넣기 공격이 마음에 걸렸다. 이 때 G8을 두면 백이 F8을 못 두는게 보여 그대로 착수를 했는데 이는 차선이었고 먼저 생각한 F8이 최선이었다. 굳이 상대에게 B8을 둘 수 있는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우세가 뒤집어진 순간은 29수 흑 E1으로 최선은 H6였다. 백 E2를 흑으로 바꾸면서 백의 H5 착수를 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대 역시 30수로 H4를 택하였다.

팽팽하던 승부의 균형추가 흔들린 순간은 39수에서 나왔다. 좌측의 백의 벽을 뚫고 나가야 하는데 이후 진행이 그려지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최선은 +2로 A6, B5가 있었고 차선은 -2인 B3이었다. 그런데 나는 엉뚱하게 -14인 B4를 뒀다. 이 수 때문에 좌상쪽에 대각선 방향으로 흑의 벽을 만들었고 백의 운신의 폭을 넓혔다. 다만 상대 역시 46수를 최선 B2 대신 A7을 두면서 흑이 A2로 좌상의 5칸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흑 49수로 -10인 D1을 둔 것 역시 실착이었다. 상변을 돌 5개 불균형변을 만들고 끼워넣기를 할 생각이었으나 최선은 B2였다. 최선 진행을 따라갔을 때에는 블랙 라인을 흑이 차지하면서 이득을 보는 면이 있다. (B2, A1, A3, B7, A8, D1, G1, B1, F8, H8, G2)

불리한 상황에서 백의 54수가 승부를 뒤집어버렸다. 최선 B2, +8 짜리 차선 A3 대신 -2인 B7을 둔 것이다. 이로 인해 A8이 흑의 여유수가 되어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고, 55수에서는 좌변까지 먹을 생각으로 최선인 B2를 택하였다. 58수에서는 A3를 두면 화이트 라인을 모두 백이 차지하면서 A1을 아무도 둘 수 없게 되는데 이를 놓치고 A1을 먼저 두면서 대국은 35 - 29로 흑의 승리로 끝나게 되었다. 이 대국이 늦게 끝났기에 협회장 님과 리치 형님이 대국을 보고 엔딩에서 뒤집어진 상황을 언급하셨다.


4라운드까지 마쳤을 때 3승 1패를 하였다는 것은 이제부터 상위권의 상대와 맞붙게 된다는 것을 의미했고, 4승자인 오정목 협회장 님과 또 다른 3승자인 리치 형님 (김관윤 七단, 대회 이후 八단 승단) 중 한 명을 만나는 것이 유력했다. 협회장 님이 어려웠기에 피하고 싶었으나 운명은 장난처럼 나의 바램을 거절해버렸다. 지난 전국선수권 때와 동일하게 백을 잡았다. 지난 번과 다르게 이번에는 직각으로 갔다.

[5라운드 기보]

자주 가는 No-Kung으로는 승산이 부족하다고 판단했고, 중간에 계속 빠지는 시나리오를 생각하다 선택한 것은 Kung이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두는 것이여서 그런지 오프닝이 헷갈렸고 16수에서 G4를 둬야하는 걸 -9인 G2를 둬 버렸다. 다만 16수를 G4로 뒀을 때 Shimax book 상으로는 -2로 나와있지만 SaioApp 상으로는 그보다 더 불리하고 -4 ~ -6정도 되는 길로 계산한다. 이후 백은 25수 때까지 잘 버티고 흑이 차선수를 두면서 -4까지 격차를 좁혔다. 하지만 이 때부터 최선을 찾지 못하고 계속 격차를 벌리기 시작했다. 26수를 둘 상황에서 백에게 최선은 B3였으나 실전에서는 생각하지 못했고, 차선인 H4도 이후 흑이 H5를 두면 H3가 흑의 여유수가 된다는 생각에 꺼렸다. 그래서 26수로 백 H8을 뒀고, 이후에도 B3의 유리함을 읽지 못하고 28수 F7을 뒀다. 많이 뒤집어지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두려움으로 B3를 피한 것 같다. 이후에도 최선보다 조금씩 안 좋은 수를 계속 두며 격차가 돌이키기 힘들 정도로 커져버렸다.

30수 백 H6는 흑이 C열 쪽에 돌을 두지 못하게 하려는 수였으나 31수 흑 G2로 끼워넣기를 당하기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 40수를 둘 상황에서는 B8으로 흑의 여유수 H2를 막는게 그나마 좋은 수였으나 이를 놓치고 B6를 뒀다. 44수로 백 C8을 두면서 H1을 차지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으나 반대로 H1이 최선이었다. 전반적으로 후반에서는 승기가 기울면서 후반에서 손 쓸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극도로 불리한 상황에서 잘 마무리를 못하는 것 같다. 특히 48수 H1은 크게 아쉬운 수로 흑이 상변 쪽을 둘 수 없는 상황에서 B2를 먼저 둬서 좌하를 정리하고 H1을 들어가야 하는데 그냥 단순히 우변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에만 신경써서 악수를 뒀다. 이렇게 대국은 46-18로 대패를 하였다.


5라운드는 질 만한 사람에게 졌으니 6, 7라운드를 잘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6라운드 상대는 하승섭 六단이었다. 지난 전국선수권 대회에서 만났는데 그 때는 내가 백을 잡았고 이겼다. 하승섭 六단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대국 시작 전 복수 제대로 해야겠다는 말과 함께 대국을 시작했다. 지난 번처럼 이번에도 내가 백을 잡았다.

[6라운드 기보]

직각 오프닝, Italian 오프닝을 지나 14수까지는 지난 번과 동일하게 진행하였다. 하지만 흑이 17수 D7이라는 불리한 수를 뒀으나 백이 여기에 20수 C7이라는 악수를 뒀다. 이 수로 흑이 F6를 둘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이후 흑의 25수 F8를 둔 다음에 흑이 E8을 두면 불균형변을 만들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고, 백이 E8을 두면 흑이 균형병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흑의 G8 착수를 잠깐이나마 방해하기 위해 B3를 뒀으나 오판이었다. 백 30수에서는 -6이었던 A6를 뒀는데 그 대신 E8을 두면, 흑 B8, 백 B7에 흑이 어떻게 응수하던 백이 A5를 두면 스토너 트랩이 성립한다. 흑은 35수에 H6를 뒀는데 이 때 B7을 두면 좌변을 내줘도 백이 둘 곳이 적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유리한 수였다. 흑은 계속 좌변을 내주는 것을 의식해서 B7을 계속 피했고, 흑 43수를 두고 나서는 수치가 +12였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대형 사고를 쳐 버렸다. 44수로 +12인 G2를 놔두고 -16짜리 C1을 둔 것이다. C1, C2, C3, C4가 모두 백으로 바뀌니 좌상에서 흑이 둘 곳이 늘어난 것이다. 이어 백 46수에 F1이라는 악수를 뒀는데 상대 흑도 47수에 최선 B1 대신 +8인 B2를 뒀다. 하지만 이 때 시간이 부족해서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부족하여 또 다시 악수를 뒀다. 48수로 코너가 눈에 들어와서 그냥 바로 A1을 뒀는데 최선은 A5였다. A5, A8, B7, B8으로 B열을 모두 흑으로 만들어 백이 B1을 뒀을 때 B2가 백으로 바뀌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했다. 대국은 43-21 씁쓸한 패배로 끝이 났다.


훈련소 공백 기간이 있었기에 2패는 나름대로 선방한 수준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3패는 마지노선이었다. 마지막 라운드를 꼭 이겨야했다. 7라운드 페어링 결과, 상대는 안태영 무급으로 정해졌고, 백번이었다. 상대를 알게되니까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다. 비록 대회 출전은 처음이지만 카카오톡 톡방에서 실력이 상당한 수준인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7라운드 기보]

백으로 직각을 갔는데 오랜만에 실전에서 Leader's Tiger를 보게 되었다. 8수로 F7이 최선이나 이보다 +2로 차선인 C3를 선호한다. 이후 서로 최선으로 진행하다가 백 16수부터 조금씩 수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28수를 둘 상황에서 B8은 불균형변을 만들고 공격당할 여지가 많다고 판단해서 C3를 뒀으나 차선이었다. 그러나 상대 역시 흑 29수 A4라는 악수를 뒀고 이 때부터 승부가 기울기 시작했다. 29수로 흑 A3가 최선으로 백이 좌변 쪽에 둘 만한 곳도 마땅치 않고 우변도 건드리기 조심스러운 상황이 된다. (좌변의 A4, A5, B3 중 하나를 두면 흑이 좌변 쪽에 두기 전까지는 백이 둘 수 없다.)

32수 백 H3를 뒀을 때까지 승패가 어떻게 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상대가 흑 33수로 F8을 뒀을 때 대응을 생각했는데 상대가 D1을 뒀다. 33수 D1은 확연히 흑에게 불리하기에 위화감이 느껴진 수였다. 위쪽에 백이 둘 수 있는 곳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확실히 유리해보였다. 이 때부터는 상대의 수를 줄여나가려고 했다. 38수에 최선 G7 대신 차차선인 A7을 뒀다. 흑이 화이트 라인을 차지해도 다시 자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상대 흑은 39수로 B1을 뒀는데 큰 악수였다. 하지만 여기에서 최선인 B8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지 못하고 F1을 뒀다. 이후에도 백은 유리함을 굳힐 수 있는 상황에서 느슨한 수가 계속 나왔다. 그래서 +12까지 우위가 좁혀졌다가 백 55수 H2라는 차선수가 나왔고, 21-43으로 마지막 라운드에서 승을 챙길 수 있었다.


이번 대회 1위는 7전 전승의 오정목 九단이었고, 2위는 5승 2패의 김관윤 八단이었다. 4승자는 남성우 初단, 하승섭 六단 그리고 나까지 총 3명으로, 남성우 初단이 하승섭 六단을 이기고, 나는 남성우 初단에게 이겼으며, 하승섭 六단은 나를 이기면서 서로 맞물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BQ가 가장 낮아 4승자 중 가장 낮은 5위로 밀려났다. 내가 2라운드나 7라운드 때 더 큰 점수차로 이겼다면 등수가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큰 점수차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무단자 중 1위에게 주어지는 입단 경쟁 역시 치열했는데 마지막 라운드에서 순위가 뒤집어지면서 손진혁 무급 (대회 후 初단 승단)이 입단을 하게 되었다.



대회 이후 몇몇 분들이 훈련소 공백 기간이 영향이 컸던거 같다고 했다. 공백기를 겪은 분들이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이번 대회가 나를 이기기 가장 좋은 기회였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많이 헤매다보니 내 고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내 문제점을 요약하면 기본기 부족이라 생각한다. 가끔씩 내가 오래 생각하고 뒀는데 상대가 너무 쉽게 대응하는 경우가 있고, 내가 어렵다고 생각한 수가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수였던 경우가 있었다. 또한 형세 판단을 단단히 잘못하고 있던 순간도 있었다. 경험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내가 장고해도 실수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대한 자세히 복기하고 연습해야 될 것 같다.

특히 습관에서 나오는 악수가 많은 듯하다. 코너를 둘 수 있을 때 덥석 먹어버리거나, 한 칸 벌림을 피하려고 하거나, 그냥 무난하게 돌 적게 먹어서 외각 쪽으로 나가는 등 리버시워 기준 1600 전후 때의 습관을 버리고 수읽기로 검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또한 이전에도 많이 들었는데 수의 가치와 대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가끔씩 이 둘 중 하나를 염두에 두지 않아 좋은 수를 놓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수를 평가할 때 고려할 것은 착수 지점의 수, 착수 지점의 가치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상대가 둘 수 있는 곳을 줄이고, 내가 둘 수 있는 곳을 늘이면 기본적으로 유리해진다. 다만 둘 수 있는 곳이 많아도 실질적으로 둘 수 있는 곳이 제한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두는 곳이 적어도 불리한 수를 두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상황도 존재한다. 그래서 각 착수 지점에 대해 이후 나와 상대가 둘 수 있는 수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수 읽기의 기본인 것 같다. 또한 수의 가치가 항상 고정되어있지 않기에 급한 수를 찾는 것 역시 중요하다.


훈련소 갔다오고 오델로를 많이 하지 못해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는 것을 핑계를 삼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명인전 이후 자극을 받아 다시 연습을 하니 감각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고 강동 오델로 스터디 때도 명인전 때와는 두는 게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남은 대회는 규모가 큰 대회이다. 일단 중, 후반에 실수하는 것은 경험으로 보충할 부분이 큰 것 같다. 오프닝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직까지 오프닝 경험이 부족하다고 느껴 당분간은 사용하지 않던 오프닝 위주로 수 읽기로 돌파해나가는 걸 다시 연습할 생각이다. 또한 엔딩에서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엔딩 문제 어플 연습도 재개할 예정이다. 오델로 대회를 나가기 시작한 직후에는 습득이 빨랐는데 지금은 머리가 안 좋아진건지 습득이 더딘 것 같다. 이럴 때에는 그냥 묵묵히 연습하는 게 답이다. 시간은 언젠가 보상을 할 것이라 믿고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오델로 할 날이 지금까지 오델로 한 날보다 더 길겠지만 지금은 제대로 미쳐봐야 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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