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 때문에 1시에 한 번 일어났다가 5시 반 정도에 다시 일어났다. 아침은 미리 사 둔 모닝빵에 딸기잼으로 간단하게 해결했다. 이상하게 저렴하게 구한 숙소는 똑같이 자고 일어나도 덜 개운한 느낌이 있었다. 또 숙소에서 이른 아침 시간에는 온수를 틀지 않아 늦게 씻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대회장이 가까워서 시간을 맞춰 가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대회장에 가니 대회 준비를 하는 이탈리아 선수들이 분주하게 판을 세팅하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체력을 아끼기 위해 절전모드마냥 멍 때리면서 대회 시작을 기다렸다. 9시 반에 시작이라고 하였으나 대회장 세팅, 페어링 등으로 시작이 약간 지연되었다.
8라운드 상대는 Michele Diodati라는 이탈리아 선수였고 나는 백번이었다. 전날에는 Tiger (Many black)를 쓰는 사람이 없었는데 8라운드에 처음 나왔다. 나는 백 8수 E7을 두면서 Banana로 대응했다. 상대는 13수에서 최선인 F4 대신 -4인 E8으로 응수했다. 또한 흑 15수 C3 역시 악수였으나 백도 C5 ~ E7까지 대각을 신경쓰지 못해 최선인 B5 대신 F8을 택하였다. 또한 백이 22수를 둘 상황에서 E1을 뒀는데 이 때 상대 흑이 G3를 두면 C2, G6를 모두 못 둔다는 것을 간과했다. 하지만 상대 역시 -1인 F1을 다음 수로 택하였다. 상대 흑의 악수는 27수에서 나왔다. 최선인 D1 대신 H5를 택하였는데 우변 쪽에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여기에 28수로 백은 C8을 뒀는데 상대가 C7을 두면 그냥 D8으로 하변에 돌 4개짜리 균형 변을 만들고, D8을 두면 C7, G6가 여유수가 되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흑이 우변 쪽을 두면 흑의 우측 벽이 두터워져서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상대는 흑 29수로 G4를 뒀고 D8이 먼저 가야될 수라고 판단했다. 상대 흑은 31수에서 최선 G6 대신 C7을 뒀고 유리함이 유지될 것이라 생각했다. 다만 유리함 속에서 백 34수 H3라는 큰 실착이 있었다. 이후 흑이 H4, 백 H7, 흑 G2로 진행하면 백은 우상에서 손을 빼고 다른 곳으로 갔어야 했다. 하지만 상대도 이 대응을 놓쳤고, 37수를 두고나서는 백의 우위가 +24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생각이 너무 짧았다. 소탐대실이라는 말이 그래도 들어맞았다. 백 D1, 흑 H1, 백 G2로 진행하면 백이 둘 곳이 극히 제한되고 벼랑 끝으로 몰린다는 것은 생각했으나 이렇게 된 이상 H7으로 끼워넣기하면 판이 더 커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고 구체적인 생각 없이 백 38수로 G7을 둔 것이다. 이 순간 +24의 우위는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흑 D1, 백 B1, 흑 H8, 백 H7, 흑 G8, 백 H1, 흑 G2로 진행하는 것이 최선인데 변만 차지하고 내변에서 큰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상대 흑은 39수로 H8을 먼저 들어가는 차선수를 택하였다.
깊게 고민한 시점은 44수를 둘 때였다. 일단 B1보다는 B2가 2행을 차지하는 측면에서 나아보였다. 하지만 B8을 두지 않으면 백에게 G8 뿐만 아니라 B8이라는 여유수를 주게 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상대가 G8을 뒀을 때 백이 B8을 두는 것을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B2를 택하였으나 최선은 B8이었다. 이 이후 계속 장고를 하며 시간을 충분히 썼다. 이후의 착수는 행을 따라 백 돌을 확보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 하에 진행하였다. 상대 흑이 45수에서 최선 B8 대신 -4인 B3를 뒀고, 53수에서는 최선 B7 대신 -6인 B6를 뒀다. 마지막으로 흑 57수에 A6 대신 A5를 두면서 게임은 28-36으로 이기게 되었다. 상대는 마무리를 잘 했다고 하며 악수를 청하였다.
이제 세 경기 중 몇 승을 하느냐가 성적을 크게 좌우하는 상황이 되었다. 첫째날 경기에서 호되게 당해서 그런지 바짝 긴장이 되었다. 밖에서 바람을 쐬고 있는데 나카지마 테츠야 八단이 몇 승 했냐고 물어보길래 5승이라고 대답했다. 질문에 답한 다음 5승, 5.5승, 6승, 6.5승, 7승이라 혼잣말을 하면서 가능한 승수를 읊어보았다. 0.5승이 증가함에 따라 느껴지는 무게감이 달랐다. 그 사이에 9라운드 페어링이 진행하였다. 자세히 살펴보는데 테이블 번호는 8번이었다. 낮은 테이블 번호는 그만큼 센 상대를 만난다는 것을 뜻했다. 눈으로 줄을 따라가다보니 위 아래로 움직이면서 상대가 누군지 확인하는데 오래 걸렸다. 연습 대국 때 내 숨통을 조이는 듯한 느낌을 줬던 Alessandro Di Mattei가 다음 상대라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재차 확인해봤지만 정해진 상대는 바뀌지 않았다.
내가 흑번이었는데 상대 백이 대각으로 받았다. 여기에서 고민이 시작되었다. Buffalo로를 주력으로 쓰기는 했으나 깊게 아는 길은 많지 않아 모르는 길로 빠질 가능성이 높았고 이후에 악수로 판이 기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져봐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Cow로 진행했다. 그러나 7수에 Rose-v-Toth로 갈 자신감은 없었다. 그 쪽 길은 안 본지 오래 되어 자신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국 선수권 대회용으로 잠깐 봤던 Cow Bat / Bat / Cambridge를 택하였다. 이후 흑 11수 E6를 두며 Melnikov / Bat (Piau Continuation 1)로 진행하였고 백 20수 B3까지 상호 최선으로 진행하였다. 하지만 이 역시 기억이 희미하여 시간을 소비하면서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첫 실착은 흑 21수 B6로 최선은 B4였다. 하지만 상대도 여기에 최선이 아닌 차선 B4로 받았지만 바로 흑 23수 A4라는 -8짜리 수를 뒀다. 이는 좌하 쪽으로 백이 둘 수 있는 곳을 늘여서 불리하다 생각하며 최선은 A3였다. 이 때부터 잘못 두면 회복이 불가능한 사태까지 갈 것이라 생각하여 장고를 거듭하였다. 수치 상으로는 흑 29수 G3도 차선으로 최선은 D7과 G5였다. 하지만 상대 백이 30수 C6를 두니 둘 곳이 거의 없어보였다. 하변 쪽은 흑의 벽이 두터워지는게 꺼려졌고 장고 끝에 31수로 G2를 뒀다. 우상 쪽에 백이 두기 껄끄럽게 만들면서 나중에 A6를 두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때쯤부터 바로 응수하던 상대도 조금씩 착수가 늦어지기 시작했다. 상대는 내가 두고 싶었던 A6를 먼저 선수로 차지하였다.
상대 백의 34수 F7 이후 시간이 부족하지만 섣불리 두면 안된다고 생각하여 생각을 시작했다. F6에 두면 6행이 모두 흑으로 바뀌는게 꺼려져서 피했고 이후 백이 응수할 때 흑이 둘 곳이 많아질 것이라는 생각에 E7을 뒀는데 전자가 최선이었다. 이 다음부터는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서 충분히 생각하지 못하였는데 백의 D8 대응을 생각하지 못하고 흑 37수로 E8을 바로 둬버렸다. 이 때 C8을 둘 경우 A7부터 F2까지 이어지는 X라인을 차지하여 상대가 G1을 두기 어렵게 만든다. 이후 둘만한 곳이 얼마 없어서 그냥 응수하다가 42수 상황에서 상대가 최선 G5를 놓치고 +8인 C7을 뒀다. G5를 둘 경우 흑이 F5를 둘 수 없기에 최선인 것 같았다.
만약에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면 이 지점에서 쓰고 싶었으나 충분히 수읽기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이 때도 C8으로 C5 돌을 흑으로 바꿔 이후 G5에 착수해도 백이 G1에 두지 못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급하게 선택한 수는 -30인 흑 B8의 경우 백이 최선 진행을 따라 가면 하변, 좌변, 상변을 모두 백에게 내주게된다. (흑 B8, 백 C8, 흑 G8, 백 G5, 흑 G7) 이런 진행을 피하려고 화이트라인의 흑돌을 지키려고 하면 흑이 G7을 둘 때 G열이 모두 흑으로 바뀌어 백이 G1을 두게 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흑 B8, 백 C8, 흑 G8, 백 G5, 흑 F5, 백 H6) 하지만 상대도 이 수를 찾지 못하였고 +16인 백 44수 H6를 택하였다.
이 때부터는 거의 노타임으로 뒀는데 흑 45수 G5는 -32로 흑이 F5를 못두는 걸 간과한 수이다. 상대 백도 최선 H5를 놓치고 +18인 F5를 뒀으나 블랙라인을 자세히 못 보고 흑 C8, 백 A8, 흑 B7를 생각하고 그대로 대국에서 이어졌다. 하지만 바로 백이 H1을 둘 때 대각이 모두 뒤집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흑 47수로 최선은 G7이었다. 그 이후 상호 최선 진행으로 이어지면서 13-51로 패배로 끝났다.
초반에 시간을 많이 써서 중후반에 시간이 부족한 건 아쉽기는 하였으나 그러지 않았으면 초반에서 실수를 하면서 판이 어려워졌기에 후회는 하지 않았다. 결승전이 진행될 때 Alessandro Di Mattei는 나한테 대국을 제브라로 분석해봤냐고 물어보면서, 오프닝에서 내가 어느 정도 유리했냐고 물어봤다. 대국 내내 리드를 빼앗기지 않은 사람이 정반대로 물어보니 어리둥절해져서 다시 물어봤더니 제대로 들은 것이 맞았다. 내가 아니라 당신이 +8에서 +14 정도 유리했다고 대답을 했다. 상대가 오프닝에서 나한테 유리함이 있다고 생각한 이유는 짐작이 되지 않는다.
그냥 질 만한 사람한테 졌다는 생각을 하고 남은 두 판 중에서 1승이라도 거두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두 번째 판을 기점으로 체력과 집중력이 뚝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첫째날 막바지보다 더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서 초반에 실착을 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10라운드에서 나는 백번이었고, 상대는 전날 저녁 식사에서 한글을 할 줄 알았던 이탈리아 선수인 Paolo Tormene였다. 한 번 얼굴을 보기도 했고 한국말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친밀감을 느껴서 마음이 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오프닝은 8라운드와 동일한 Banana였다. 하지만 상대 흑은 8라운드 경기와는 달리 또 다른 최선인 9수 C6로 대응하였다. 흑 11수 F4는 +0짜리 차차선으로 이에 대한 대응을 잘 모르고 있었다. 백 D1, 흑 F3 같은 진행을 피해야 되겠다는 생각에 백 12수로 C3를 뒀으나 D1이 최선, C3는 -4였다. 하지만 상대 역시 여기에 최선으로 반응하지 않고 +1인 흑 13수 F3를 택하였다. 그러다가 19수에 상대 흑은 최선 F8 대신 -3인 D2를 뒀고, 다음에 백은 최선 G6를 놓치고 -4인 B6를 뒀다. 백이 20수로 G6를 둘 경우 대각으로 뒤집어지지 않으면서 G5를 흑이 당장 둘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백 22수 G6를 두면서 이후 진행이 흑 E8, 백 G5, 흑 G4로 진행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진행되었으나 이 수는 차선이었고 최선은 흑의 벽을 건드리지 않는 E1이었다.
백 26수를 둘 때에는 C2, C8, H3에서 고민을 하다가 H3를 택하였는데 셋 사이에 수치 차이는 거의 없었다. 이 때 상대는 견고하게 내 수에 응수를 하는데 나는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생각의 깊이가 얕아지기 시작했다. 이후 진행에서 다른 곳이 다 나쁘게 보여서 그런지 계속 최선 진행이 이어졌으나 질질 끌려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 악수는 백 34수였다. 아래쪽 흑 벽을 건드리는 것을 신중히 해야 된다는 생각에 G3를 택하였는데 최선은 C8이었다. 또한 이후 막연하게 흑의 아래쪽 벽을 뚫는데 신중해야 된다는 생각에 36수 백 E1이라는 악수를 또 뒀다. 이 때까지 계속 악수를 두면 최선수 대비 -2 ~ -4 씩 수치를 깎아먹었고, 어느새 격차가 커져 -18까지 됐고, 착수할 곳이 한정적이여서 -18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46수 백 G7은 -22짜리 차선이었고 승부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기울어 질 것이라 판단했다.
상대의 몇 안되는 실착 중 하나는 49수 흑 C1이었다. +22였던 우세를 +8로 줄이는 수로 상대 입장에서는 아프게 다가올 실수일 것이다. 상대 입장에서는 최선은 H1을 두면서 H2를 둘 수 없는 상황이 꺼려졌을 수도 있으나 백이 둘 수 있는 곳이 워낙 제한적이여서 흑이 패리티를 뺏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52수를 둘 상황에서 최선 A2, B1 대신 -10 짜리 차선 A3를 두면서 대국은 37-27로 백승으로 끝났다.
상대 역시 크게 유리한 판이 생각보다 대승으로 끝나지 않아서 그런지 내가 Shimax로 복기하는 것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49수를 착수하니 그 자리를 손가락으로 톡톡치면서 여기가 아쉬웠다는 말을 남겼다. 이제 남은 건 5승이냐 6승이냐를 결정하는 마지막 대국이었다. 하지만 체력과 집중력이 고갈되어 그냥 숙소로 돌아가고 싶을 정도였다. 11라운드가 마지막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판은 대패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대국을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토너먼트를 제외하고 마지막 라운드에서 져 본 적이 없기에 마지막 희망의 끈 한 가닥을 붙잡고 대국에 임하였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오델로 기사 카톡방에 알리니 그린 님께서 마지막 라운드 상대가 벵크트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셨다. 그는 스웨덴 선수로 World Othello Federation (오델로 세계 연맹)의 Secretary & Event Manager였다. 5.5승이기에 만날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5승자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운명이 장난이라도 치듯 11라운드의 상대는 카톡방에서는 한 번 해 볼만한 상대라는 이야기가 나왔고 인천 대회 때 하야 님이 상대해서 이긴 적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틀 간 11라운드의 대장정의 마지막에 서니 기진맥진하여 이길 수 있는 상대도 못 이길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내가 흑을 잡고 상대가 직각으로 가니 Rose로 갈 생각이었는데 10수 백 G4는 -4짜리 수로 전혀 생각하거나 대비해본 적이 없었던 수였다. +4라는 우위는 참 애매한 우위이다. 상대는 절대로 그 우위를 내 주지 않는데 나는 너무나도 쉽게 내주기 때문이다. 우선 15수 흑 H4는 +2짜리 차선으로 최선은 H3였다. 다음은 흑 19수로 E1은 +0짜리 수로 최선은 G3였다. 바로 다음에 상대가 20수 백 H5라는 악수를 둬서 유리함을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반부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고 어이없는 악수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우선 상대가 20수 백 H5라는 악수를 둬서 유리함을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반부터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고 어이없는 악수를 남발하기 시작했다. 우선 25수 흑 H6는 흑에게는 아래쪽의 선택지를 줄여버리고, 백에게는 기회를 만들어 준 수로 이 시점으로 유불리가 뒤집어졌다. 그 이후로 한 동안은 최선 대신 차선을 고르면서 격차가 -8까지 벌어졌지만, 자그마한 승의 가능성을 걷어 차 버린 수는 35수 흑 A5이다. 쓸데없이 좌측의 벽을 뚫고 나가면서 형세는 크게 불리해졌다. 최선수였던 D7을 고려하기는 하였는데 왜 저런 수를 택하였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 이후에 또 다시 악수가 나왔는데 바로 37수 흑 E8이다. 이 수 때문에 백이 D7에 착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백이 D7을 둘 수 없는 상황을 최대한 이용해야 했는데 이를 너무 쉽게 포기해버렸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으니 거의 반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뒀다. 게다가 평소에 불리한 판에서 한 번 삐끗한 이후 최대한 버텨야되는데 오히려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잦았는데 이 대국 역시 그러했다. 흑 41수 A3로 스스로 관뚜껑에 못질을 해버렸다.
이후 흑 43수 H2, 흑 49수 B3로 격차는 더 벌어졌고 상대도 최선수로만 진행하지 않아서 12-52로 대회 마지막 판을 아쉽게 마무리하였다. 워낙 체력적으로 힘들어했기에 내가 못 둔 것에 대한 아쉬움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 대회라는 귀중한 기회를 너무 쉽게 끝내버렸다는 것은 계속 아쉬움으로 남았다. 개그맨 양세형이 무한도전에서 피겨 선수 김연아를 만났을 때 앞으로 다시 만날 기회가 없다는 촉이 와서 안타깝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앞으로 EGP를 참가할 가능성이 낮기에 나의 대회가 5승 6패로 끝났다는 것이 허망하게 다가오면서 계속 안타까움만 머리 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아직 EGP Rome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남은 대회의 여정을 관전자로 걸어갈 생각이었다.
다음 편 : EGP Rome 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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