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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편 : 제 27회 전국선수권 1편

 

[4라운드 흑 김태연 : 백 이춘애, 1수 ~ ]

4라운드 상대는 하야 님 (이춘애 初단)이었고 나는 흑번이었다. 하야 님께서 선호하는 오프닝 방향이 있으며 내가 흑으로 시작하는 방향은 그와 반대라는 것은 몇 번의 대국을 통해 알고 있었다. 백은 대각으로 받았으며 2라운드와 똑같이 Buffalo로 받았다. 10수 백 A3까지 상호 최선으로 진행하였으나 11수 흑 B6는 내가 평소에 자주하던 실수로 -7짜리 수였다. 하지만 14수 백 A6로 초반의 불리함은 -2까지 좁혀졌다. 이후 흑은 실착이 적었고 백은 묘하게 차선수 위주로 착수하면서 차이가 왔다갔다하다가 흑에게 +8정도까지 벌어졌다. 

 

[4라운드 흑 김태연 : 백 이춘애, 27수 ~ ]

27수 흑 G5 이후 백의 몇 차례 실착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28수에서 최선 백 E1 대신 차선 백 H3, 30수에서 최선 백 H6 대신 차선 백 E1으로 진행하였는데 이 상황에서 최선으로 진행하였을 경우 흑은 백에게 착수 지점을 늘여야만 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차선으로 진행하면서 백에게 답답한 상황이 유지되었다. 또한 34수 상황에서 흑이 둘 수 있는 G3 대신 백 B1으로 진행하면서 다음 수로 흑이 G3를 차지 백에게 난처한 상황이 진행되었다. 게다가 38수 백 G2는 -24짜리 차선으로 최선은 G7이었다. 

 

[4라운드 흑 김태연 : 백 이춘애, 40수 ~ ]

41수 상황에서 흑의 최선은 B7이었으나 이후에는 상변과 좌하귀만 내주면서 백의 착수가능한 지점을 극도로 줄여버리는 진행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를 보지 못하고 차선인 41수 흑 H8으로 무난한 정리를 하려고 했다. 이 때부터 하야 님의 중후반 버팀과 내 뒷심 부족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대국의 양상은 혼란에 빠졌다. 43수 흑 F7은 +10, 45수 흑 F8은 +4로 이전의 리드를 접전으로 바꾸었다. 특히 45수 흑 F8은 대각 방향으로 백돌을 흑으로 바꾸면서 백에게 운신의 폭을 넓혔다. 백은 계속 최선으로 응수했고, 49수로 -2인 흑 H8로 리드가 백에게 넘어갔다. 이 부분에서 아직 변 처리에 미숙함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견고하게 최선으로 응수하던 백이 -2인 52수 백 E8을 두면서 다시 흑의 우세로 진행되었고, -6인 56수 백 A2가 나오면서 대국은 35-29 흑의 승리로 끝이 났다.

 

 

[5라운드 흑 김관윤 : 백 김태연, 1수 ~ ]

5라운드 상대는 김관윤 七단으로 내가 백번으로 No-Kung 정석으로 진행하였다. 하지만 흑 15수 A4로 가는 진행을 보기는 봤어도 익숙한 진행이 아니었고 수순을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20수 백 A5라는 -10짜리 악수를 터트렸다. 그러나 27수 상황에서 흑이 G3 대신 B3를 가고, 33수 상황에서 흑이 G3 대신 F8을 가면서 격차가 -2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여기에서 큰 실수를 또 한 번 저질렀다. D8이라는 무난한 수가 있었는데 이전부터 계속 후보로 뒀던 B6로 바로 손이 가버렸고 이전까지 버텼던 노력은 허사가 되어버렸다. 이후 35수 흑 E1으로 압박을 가했고 36수 백 G1으로 대각 방향으로 뒤집어지면서 격차는 -22로 커졌고 승부가 한 순간에 기울어져버렸다. 또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되는데 42수 백 C8으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면서 45-19 흑의 대승으로 대국이 끝이 났다. 한 순간 안일하게 생각하고 빠르게 판단했던 것이 승부를 갈라놓아버린 것이다.

 

 

[6라운드 흑 김태연 : 백 김동권, 1수 ~ ]

6라운드 상대는 김동권 初단으로 내가 흑번이었다. 지난 왕중왕전 때와 동일한 상황이었다. 동권 님께서는 허허 웃으면서 "지난 번처럼 로즈로 갈까요?"라고 했고 그대로 이어졌다. 다만 이전에는 21수 상황에서 미끄러졌다면 이번에는 29수 상황까지 수순을 기억하면서 진행을 하였고 33수까지는 수읽기로 최선수를 찾아갔다. 다만 35수 흑 A3를 두면서 백이 A5로 끼워넣기를 할 때 대각으로 흑이 뒤집히는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8짜리 악수였다. 35수 상황에서 흑의 최선은 A2였다. 37수에서도 악수가 나왔는데 최선인 F8 대신 -12인 F7을 뒀다. 이후 최선으로 진행하여 40수 백 B7을 나왔을 때 흑은 두기 매우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6라운드 흑 김태연 : 백 김동권, 40수 ~ ]

41수 상황에서 기나긴 장고가 시작되었다. 이 상황에서 최선은 -12은 H7, 차선은 -14인 E1이었다. 하지만 이 수에 대한 생각을 했을 때 이후 상황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수가 41수 흑 B8이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복기와 분석을 해도 그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듯 싶다. 하변을 정리하고 가겠다는 생각이었고 실제 진행도 동일하였다. 47수까지 최선 진행이후 백의 악수가 나왔다. 48수를 둘 상황에서 최선 +16인 B2, 차선 +12인 C1 대신 +2인 B1을 둔 것이다. 이 때부터는 서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49수 흑 C1에 좌상귀를 내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게임은 갑자기 미세하게 흘러갔다. 이후 백은 +0인 52수 E1을 두고 흑은 이후 모두 최선으로 응수하면서 32-32 무승부로 게임이 끝났다. 6라운드에서 마지막에 끝난 대국이었기에 엔딩 때에는 모든 선수들이 구경을 했었고 리치 님께서는 52수 상황에서 F1을 염두에 두셨다는 이야기를 했다.

 

 

6라운드까지 3.5승이라는 애매한 상황에서 마지막 라운드에 만난 분은 하승섭 五단 (대회 이후 六단 승단)이었다. 쟁쟁한 분들을 상대로 이겼기에 1승이 절실했던 나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7라운드 흑 하승섭 : 백 김태연, 1수 ~ ]

오프닝은 Italian으로 대회에서 보기 힘든 생소한 오프닝이었다. 우위를 점하다가 16수에서 백 G3로 대각 방향으로 돌을 바꾸면서 상대가 F6를 착수 가능하게 만들면서 대국은 호각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23수 흑 H5로 대각 방향으로 백돌이 뒤집히고 흑 돌이 생기면서 백이 둘 수 있는 곳이 늘어났다. 이후 +16 언저리의 우세는 34수 백 B3으로 흑이 B5 착수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면서 +6으로 줄어들었고, 38수 백 E8으로 +0이 되었다. 39수 흑 D8, 40수 백 C8, 41수 흑 G8으로 진행이 되니 우하 쪽에 수가 없어 42수 백 A4로 최선 진행을 이어갔고, 이후 -4 차차선인 43수 흑 A2, -10인 45수 흑 H7으로 격차가 벌어졌다가 다시 48수 백 B1으로 +0인 상황을 만들었다. 나중에 51수 상황에서 흑은 백에게 상변을 내주는 C1이 최선이었으나 -14인 A7을 뒀고, 무난하게 백이 패리티를 유지할 수 있어서 23-41로 백 승으로 대국을 이겼고 7 경기 중 4.5 승으로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 왕중왕전에서 부전승 포함 5승을 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성과를 내기는 하였으나 복기를 해 본 결과 거의 모든 대국에서 중후반에 치명적인 수가 있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협회장 님도 자신이 잘 해서 이긴 판보다 상대가 못해서 이긴 판이 많다고 하시는 말이 가슴에 가시처럼 찔려왔다. 전승을 할 것이라 예상됐던 협회장 님은 꾸준히 이기시다가 5라운드에서 하야 님께 한 번 졌고, 그 때문에 리치 님과 6승으로 동일해졌다. MBQ에서 앞선 리치 님이 1등, 협회장 님이 2등을 하셨고, 대회에 처음 출전한 강남 스터디 모임 구성원이신 김용범 님이 5승으로 3등과 함께 입단을 하셨다. 비록 강남 스터디 모임 구성원이 3, 4등을 차지했지만 언젠가는 젊은 피가 위로 올라갈 때가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회를 참가한지 얼마 안 됐을 때에는 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 상황을 즐겼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된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다보니 대국 중에도 걱정이 많이 되면서 수 읽기에 방해가 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대국 중에는 판의 상황에만 집중해야되는데 그 부분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실전 경험을 통해 이런 심리적 부담을 덜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평소처럼 대회 준비를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었는데 대회 직전에 일이 바빠 준비는 커녕 오델로도 제대로 못 했던 상황이 아쉽게 느껴진다.

사실 이 글을 로마 대회 이전에 마무리를 했으면 로마 대회를 잘 준비하겠다는 희망적인 내용으로 끝났겠지만, 로마 대회 직전까지 일하다 가는 바람에 훈훈하게 글을 끝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대회에서 잘 둘 때가 있으면 못 둘 때도 있으니 대회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운 것 같다. 이전까지의 성과는 초심자의 운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가혹한 시험만이 남은 상황이다. 대회 입문한지 1년도 채 안됐기 때문에 지금 좌절할 필요는 없고 계속 정진하는 것 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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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후기부터는 대국 해설을 하이라이트 위주로만 하면서 글을 간결하게 쓰려고 합니다. 대국에 대한 심층 해설도 나중에 쓰려고 합니다. 최종 목표는 아무나 읽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글인데 그건 좀 더 내공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토미 라소다 감독은 일 년 중 가장 슬픈 날은 야구 시즌이 끝난 날이라고 했다. 오델로를 두는 사람에게 가장 슬픈 때는 대회가 한 동안 없는 기간인 것 같다. 한일전 이후 3월에 수원대회가 열릴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소리소문 없이 넘어가버리고 4월 전국 선수권 대회가 찾아왔다. 그 사이 강남 오델로 스터디 모임에서 오프라인으로 많이 두기는 하였으나 대회에서 집중하고 몰입하는 느낌을 뛰어넘을 수 없었다. 실력이 느는 느낌은 확연하게 느껴지지 않았으나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기대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운동 선수가 시합에 뛰기 전 준비를 위한 징크스나 루틴이 있듯이 나 역시 오델로 대회를 위해 준비하는 일종의 루틴이 있다. 대회 1주일을 앞두고 카페인을 포함하고 있는 음료를 정오 이전에 마시지 않아 수면 리듬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하고, 대회 전날에는 먹는 것까지 조심하면서 대회장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한다. 또한 대회 1~2주일 정도 전에는 대략적으로 오프닝 등을 정리하는 등 오델로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 전국 선수권 대회에서는 대회를 준비하려던 내 계획과 루틴은 산산조각이 났다. 대회가 있던 주에 갑자기 일이 많이 생기면서 오프닝 정리나 컨디션 관리는 커녕 실험과 보고서에 치여 오델로 한 판 제대로 두지 못하였다. 결국 대회 전날인 금요일에도 5시에 실험을 마치고 실험 결과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수정한 다음 8시에 퇴근해서 Shimax 프로그램으로 몇 번 오프닝만 체크를 해 본 것이 대회 준비의 전부였다. 그러다보니 개인적으로는 전국선수권대회보다 5월 11, 12일에 로마에 있는 유러피안 그랑프리 때 좀 더 치밀하게 준비하는 방향으로 생각했다.

그래도 한일전 이후 결성한 강남 오델로 스터디 모임이 평소에 준비를 하도록 많은 도움이 되었다. 판 앞에서 직접 두는 것이랑 핸드폰으로 두는 것이랑 생각하는 시간이나 집중도 면에서 큰 차이가 있기에 오프라인 경험이 많은 것이 중요하다. 매주 일요일 저녁 때 만나 6판 정도 두면서 새로운 오프닝을 준비하고, 오델로 감각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사정으로 대회 2주 전부터 스터디 모임을 할 수 없었고 개인적으로 준비하자고 하였다. 또 평소에 엔딩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게 계속 신경을 쓰여 대회 4주 전부터 피스케 엔딩 문제 어플로 연습을 꾸준히 했다. 막연하게 엔딩 문제 연습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작심삼일이 될 것 같아 매일 Easy 난이도 20문제, Normal 난이도 10문제, Hard 난이도 5문제를 푸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지금 회고해보면 아무리 바빠도 자고 일어난 직후나 출퇴근길에 짬짬이 35문제를 풀 시간이 생기기는 했다.

또한, 후기와 오프라인 모임이나 대회에서 내 오프닝 패턴에 대해 많이 알려졌기에 대회를 위해 새 오프닝을 공부할 생각도 하였다. 백을 잡으면 직각을 잡고 Rabbit 계열이나 Cat 계열이 아니면 No-Kung으로 진행하였고, 흑을 잡으면 상대 백 대각 시 Buffalo, 백 직각 시 Rabbit 계열을 지나 Rose-Tamenori/Rose-Birdie로 가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그러나 이를 알고 Horse 또는 Parallel rabbit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어서 그에 대한 대비와 함께 오프라인에서 선보이지 않은 오프닝을 사용할 생각도 했다.

우선 흑을 잡고 상대가 대각을 갈 경우 Cow로 가서 Cow Bat로 빠질 생각을 하였다. 또한 내가 흑이고 상대가 직각으로 갈 경우 Tiger 계열로 진행한 다음 No-Kung으로 쭉 따라가거나 Comp'Oth에서 Lighting Bolt로 빠지는 것을 생각하였다. 또한 내가 백을 잡을 때 직각으로 받기 부담스러운 상대가 있어서 내가 백 대각으로 갈 때, Heath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예전에 사용했던 Maruoka, Landau 쪽 오프닝도 다시 복습하였다.

대회 전날까지 심하게 피곤했는데 퇴근하자마자 자고 일어나니 당일에는 비교적 정신이 맑은 느낌이었다. 지난 번 왕중왕전과 동일하게 쟈스민 기원에서 10시부터 안내를 시작하고 10시 반부터 대국 시작이었다. 대회 장소에 도착했을 때 용범 님과 심판이신 그린 님, 하야 님과 리치 형님이 연습 대국을 하고 있었다. 나는 연습 대국할 때도 체력이나 집중력이 소모되는 느낌이여서 대회 시작까지 쉬고 있었다. 이번 대회는 다른 대회보다 참가자 수준이 높아서 긴장되었기에 좀 마음을 안정시키고 싶었다.

 

[1라운드 흑 김정수 : 백 김태연, 1수 ~ ]

10시 15분 정도에 1라운드 페어링이 진행되고 상대는 볼짱 님 (김정수 貳단)에 내가 백번이었다. 볼짱 님과는 처음 나간 제 1회 수원 대회부터 계속 만났는데 지금까지는 내가 흑번으로 2승 1패를 하였다. 이번에도 만났는데 흑백이 바뀌었다. 볼짱 님은 Stephenson을 가셨고 무난한 No-Kung 진행으로 이어졌다. 중간에 평소 두던 방향이 아니여서 살짝 헷갈리기도 하였으나 백 22수까지는 +0이 유지되었고, 흑 23수 A3에서 흑이 -2로 갔다. 사실 그 이후 진행을 심도있게 확인하지는 않았고 수읽기와 오프닝 감각으로 둬 나갔는데 흑 29수까지 최선을 유지하였다.

 

[1라운드 흑 김정수 : 백 김태연, 29수 ~ ]

백 30수 상황에서 최선은 G4였지만 실전에서는 -4인 D8을 택하였다. 흑이 A2를 여유수로 갖는 상황을 해소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으며 이후 흑이 E8을 두고 나면 우상 쪽에서 수를 내거나 B7으로 끼어넣기를 할 생각을 하였다. 그러나 상대는 흑 31수로 A2라는 여유수를 먼저 사용하였고 이는 -8짜리 악수였다. 이 수로 인해 32수 백 E8으로 E열에 원래 있던 흑돌을 뒤집지 않고 변에 착수할 수 있었다. 이러니 흑 입장에서는 수가 크게 제한되어 답답한 형세가 되었다. 38수 백 G5와, 39수 흑 H5로 서로 손해보는 수를 뒀고 그 이후 계속 진행되어 45수 흑 F1에 이르러서는 -16까지 흑이 불리한 상황이 되었다.

 

[1라운드 흑 김정수 : 백 김태연, 46수 ~ ]

백 46수 상황에서 좀 더 차분히 수를 봐야될 필요가 있었다. 백 46수로 D1을 뒀는데 이는 +8로 이후 흑의 활로를 열어주는 수였다. 이 때 최선은 C1과 E1으로 좌상귀에서 흑의 운신의 폭을 좁히게 된다. 하지만 흑도 47수로 -18인 E1을 뒀다. 이 이후에 백은 G1은 두면 흑이 둘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되어 승부를 한 방에 끝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48수로 백 F2를 뒀다. 지금 보면 백해무익한 수로 우상쪽에 백이 둘 곳을 많이 만들어 주면서 이후 49수 흑 C1으로 템포를 빼앗기는 수였다. 결정수를 날릴 수 있는 상황에서 놓친 것은 정말 큰 타격이었다. 그러나 50수 백 H8 이후 또 다시 51수 흑 G3라는 -10짜리 패착이 나왔다. 51수로 최선은 흑 H7으로 우하의 마지막 G8을 백이 두게 되지만 백이 H2를 두기 불리한 상황을 만들고 나중에 백이 좌상이 두 칸일 때 들어가는 상황을 만들게 된다. 이 수에 52수 백 H7이라는 +8 차선으로 응수한 이후 최선 진행으로 이어져 28 - 36으로 백 승으로 대국이 끝이 났다.

 

[2라운드 흑 김태연 : 백 신동명, 1수 ~ ]

2라운드는 신동명 아마 7단과 대국이고 나는 흑번이었다. 백이 대각으로 받기에 Buffalo 오프닝으로 이어졌고, 8수 백 F4에서 +0, 10수 백 D6에서 -4로 벌어졌다. 승부의 무게추가 쏠리게 된 수는 16수 백 G4로 흑이 좌측 벽을 뚫어야 되는 상황에서 우측에서 수를 만들어 준 -17짜리 큰 악수였다. 이후 23수 상황에서 E7 착수 시 백이 D7으로 응수하는 상황이 껄끄럽게 느껴져 B5를 택하였는데 +12의 우위를 +4로 줄이는 악수였다. 흑은 24수 상황에서 H5로 백에게 껄끄러운 상황을 유도할 수 있었으나 -12인 차선 H3를 택하였고 백이 H5를 둘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25수 흑 G6 차선을 택하였고 백은 우변에서 싸움을 해야되는 상황에서 26수 백 B3로 발을 뺏지만 이는 -22짜리 뼈아픈 실책이었다. 이후 차선이나 차차선을 계속 두면서 백의 우위를 계속 유지하였다. 

 

[2라운드 흑 김태연 : 백 신동명, 35수 ~ ]

36수 상황에서는 백이 -20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백이 36수로 백 H7을 택하면서 차이는 -36이 되었다. 37수 흑 H2로 백은 벼랑 끝에 몰렸기 때문이다. 백은 38수 백 B5 외에 둘 수 있는 곳이 없었고 흑은 이 상황에서 G7으로 결정타를 날릴 수 있었으나 무난한 진행을 하고 싶어 39수 흑 C6를 택하였다. 40수 백 D7 응수 이후 장고 끝에 41수 흑 B7을 택하였다. 최선과 별로 차이가 없는 차선으로 42수 백 B6로 블랙 라인을 끊더라도 43수 흑 C7으로 다시 블랙 라인을 차지하고,백이 44수에 어떻게 응수하던, 45수 흑 A6로 스토너 트랩을 걸겠다는 계산이었다. 백은 44수로 E7을 택하였고 차선 수순이었지만 +20으로 우위는 큰 상황이었다. 41수 상황에서는 C7과 E8이 최선이었지만 차선과 2 차이 뿐이여서 실전에서 최선과 차선의 차이를 구분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43수 상황에서 최선은 A7이었지만 최선 수순을 살펴보았을 때 상변과 좌변을 내주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위험 부담을 느낄만한 수순이었다. 

 

[2라운드 흑 김태연 : 백 신동명, 53수 ~ ]

백은 이후 46수 D8이라는 -48짜리 악수를 뒀다. 이후 A1부터 차근차근 먹으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나만 둘 수 있는 곳은 아끼자는 생각에 47수 흑 C8을 택하였고 +48의 큰 우위는 +12로 줄어들어버렸다. 48수 백 B8으로 +38의 우위가 되었지만 한 번 외면한 코너가 다시 눈에 들어오지 않아 49수 흑 E8으로 +10인 상황이 되었다. 이렇게 외면하던 코너는 50수 백 G2 이후 51수 흑 A1을 가면서 차지하게 되었다. 백은 52수 B2 최선수를 뒀고 H1을 아끼고 싶어서 둔 53수 F8은 +16에서 +12가 되는 차선수였다. 백은 54수로 G7이라는 -24짜리 악수를 뒀다. 하지만 모두 백이 된 7행을 가만히 놔 두고 나중에 A7을 두는 수순을 보지 못하고 최선수인 H1을 놓쳤으며, 54수로 +8인 H8을 택하였다. 이후 상호 최선 진행으로 36-28 흑 승으로 끝났지만 유리한 상황에서 끝맺음을 하지 못하고 격차를 좁힌 점은 반성해야 될 부분이다.

 

 

[3라운드 흑 오정목 : 백 김태연, 1수 ~ ]

3라운드 상대는 협회장님이신 오정목 九단으로 나는 백번이었다. 이전 경기에서 같이 강남 스터디에 참가하셨던 김용범 님께서 No-Kung으로 갔는데 40수 넘게 정석으로 대응하여 흔들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략을 급히 수정했다. No-Kung으로 가봤자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 백을 잡은 내가 대각을 갔다. 직각으로 갔을 때 질 것이 뻔하니 반쯤은 도박으로 대각을 택한 것이었다. 흑은 Cow 이후 Rose-v-Toth로 진행하였으며 일반적으로 많이 가는 Tanida나 +0 수가 아닌 8수 백 D3를 택하였다. 여기에서 Landau와 Maruoka 또는 제 3의 길로 갈라지는데 흑은 Landau를 택하였다. 최선 진행으로 이어지다가 흑이 11수 F3를 뒀는데 이는 -2인 차선으로 대국 이후 협회장님께서 정석을 알고 있는 것 같아서 일부러 차선을 택하였다고 하셨다. 이 때부터 장고를 하면서 최선 아니면 차선으로 응수를 했고, 17수 흑 G1이라는 -6짜리 악수가 나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다. 이후 서로 차선을 두는 순간이 있었지만 미묘한 우위를 계속 유지하면서 27수까지 진행하였다.

 

[3라운드 흑 오정목 : 백 김태연, 26수 ~ ]

다만 이 대국에서는 상대와의 실력 차이를 너무나도 의식해서 그런지 내가 상대 손바닥 안에 있을 것이라는 착각과 걱정을 했다. 그래서 중후반에 뒤집히더라도 초반에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상황은 피하자는 생각에 초반에 시간을 많이 썼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쓸데없는 걱정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29수 이후부터 B6를 계속 외면했던 것이 결정적인 패인이었다. 28수 상황에서 H3는 흑에게 H5를 둘 수 있도록 열어주는 것이 꺼려졌고, H6는 우변 싸움에서 불리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판단했으며 B6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수가 28수 백 H5로 -5짜리 수였다. 흑은 이 수로 열린 29수 흑 H3를 뒀고 이 때도 B6를 보지 못하고 -12인 30수 백 H2를 뒀다. 하지만 31수 흑 F7으로 흑의 우위는 +7로 좁혀졌다. 하지만 이 때도 B6를 보지 못하고 32수 백 G7이라는 -10짜리 차선을 택하였다. 흑도 B5를 의식하지 못하였는지 31수 상황부터 B5가 최선이었는데 아끼는 듯한 느낌으로 다른 곳을 뒀으며 33수도 흑 F8을 택하면서 +8인 상황이 되었다.

 

[3라운드 흑 오정목 : 백 김태연, 33수 ~ ]

34수 상황에서도 역시 B6를 외면하고 -16짜리 백 D8을 택하였다. 35수 흑 E8으로 들어가면서 상황이 악화되었고, 40수 상황에서 백 D7을 두면서 흑이 B4로 들어가는 것을 방치하고 차이는 20까지 벌어졌다. 44수 상황에서는 무기력하게 상변과 우변을 내주기 싫어서 최선인 G2 대신 차선인 44수 백 B2를 택하였다. 이는 화이트라인에 흰돌만 있어서 대각을 바로 먹지 못한다는 것을 고려한 수였다. 이 때부터는 시간이 부족해서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46수에서 -30인 백 B6를 뒀다. 다른 수를 뒀을 때 코너와 변을 내주는 진행이 너무 뻔히 보여서 꺼려진 감이 있었다. 이 수로 생긴 흑의 여유수로 B1이 있는데 이를 47수로 바로 뒀고 이는 +30의 우위를 14까지 좁히는 수였다. 하지만 우변, 우상귀, 상변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50수 흑 B7으로 격차는 -28이 되었고 이후 최선 진행으로 46-18 백 패배로 선수권대회 첫 패배를 기록하였다. 질 만한 사람한테 졌다는 생각에 심리적인 충격은 덜하였으나 내가 유리한 순간이 있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놀랍게 다가왔다. 3라운드가 끝나고 점심식사가 있었고, 선수들은 한식집과 중식집으로 나눠져서 식사를 했다. 대회 중반부에 힘을 못쓰는 내 특성 상 4, 5라운드에서는 1승 이상을 꼭 해야된다는 생각 뿐이었다.

 

다음 편 : 제 27회 전국 선수권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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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델로 전국 선수권대회가 있었고 4승 1무 2패로 4위, 통산 전적 66.67%를 그대로 유지했다. 대국 하나 하나에 각자의 스토리가 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대국은 7라운드 마지막 대국이었다. 매 대회 때마다 마지막 판에서 만족스러운 대국을 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시각장애인과의 대국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오델로에서는 상대 차례에는 판 위에 손을 올리면 안되고, 자기 차례에서도 돌이나 손으로 특정 칸을 접촉할 경우, 착수 가능한 경우에 한하여 그 칸에 무조건 착수를 해야한다. 하지만 그 분은 판에 더듬으면서 돌을 만져야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시각장애인 오델로 선수가 있어서 손으로 돌을 만지면서 대국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실제로 보니 신기할 뿐이었다. 방금 둔 대국조차 복기하지 못하고 판 모양도 기억을 잘 못하는 나에게는 촉감만으로 판을 파악하고 둘 곳을 찾는다는 것이 불가능의 영역으로 보였다.

나는 판을 보면서 돌 하나씩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모양과 주변 돌과의 연계 가능성, 착수 가능한 지점을 파악하는 편이다. 하지만 판 위의 돌을 만지면서 파악하는 것은 돌을 낱개로 파악하는 것이다. 돌 하나 하나에서 전체를 파악하고 여러 방향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파악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국 내내 그 분의 손에 집중하게 되었다. 판을 전반적으로 훑기도 했고, 특정 부분을 집중적으로 만지는 것 같기도 했으며 줄 단위로 만지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손의 움직임을 보면서 어느 정도 생각을 따라잡을 수 있을거 같기도 했다. 그 분에게는 판을 만지는 것 자체가 수 읽기와 연동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판을 만지는 것을 보면서 내 생각과 비교하게 되고 상대의 수도 예측할 수 있었다.


이미지: 사람 1명 이상


손의 움직임을 보면서 인상 깊게 다가온 점은 일직선으로 따라가면서 만지는 것이었다. 라인을 점유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둘 수 있는 곳과 착수 지점의 가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잠깐 마음을 놓고 느슨하게 생각하다가 꼭 생각해야했던 라인을 놓치면 그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모든 라인을 한 번씩 생각해보면 그만큼 실착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그 외에도 그 분이 판을 만지는 과정에서 오델로 수읽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볼 수 있었다.

5단이라는 상대의 단수는 판에서 여실히 들어났다. 초반 몇 수 지나지 않았는데 초반 모양이 빡빡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델로를 두다 보면 승부의 분수령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대국에서는 초반 20수 정도 그 느낌이 계속 되었고, 쉽게 받아버리면 안되며 수 읽기를 촘촘히 해야된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계속 신중하게 가면서 시간을 많이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상대의 실수로 수 읽기가 편해지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러다가 나도 실수를 범하였다. 실착을 두기도 했는데 하필이면 그 순간 뒤집기에서 실수를 했다. 심신이 지쳐서 실수가 나온 것 같았다. 그 때는 내가 잘못 뒤집었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평소에는 뒤집은 직후 상대가 언급을 하기 때문이다. 상대가 어디를 둘까 생각을 하는데 상대가 갑자기 착수 없이 대국 시계를 눌렀다. 그러면서 정확하게 내가 뒤집지 않은 돌을 지적하면서 뒤집을 것을 요청하였다. 그 순간 나는 얼굴이 새빨개질 정도로 부끄럽고 죄송스러웠다. 정말 나도 모르게 한 실수였지만 상대 입장에서는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상대가 잘못 뒤집은 상황을 파악할 정도로 판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것에 놀라웠다. 나는 절대로 못 할거 같은 경지였다.

초반에는 내가 불리함을 느꼈다면 중반 이후에는 상대가 불리함을 느꼈던 것 같다. 돌이 많이 놓이면서 판을 만지는 시간도 늘어나고 만져봤던 곳을 여러 번 다시 만지면서 장고하는 모습이 늘어났다. 중반 이후에는 내가 유리한 순간이 많았지만 시간과 체력의 부족으로 두 번의 큰 실착이 있었다. 내가 유리하게 봤던 형세도 어느 순간 생각보다 차이가 크게 나지 않거나 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종반에서도 시간을 많이 쓸 수 밖에 없었다. 정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시간을 최대한 써가면서 수 읽기를 하려고 했고 제한 시간을 10초 정도 남기고 대국을 마쳤다. 끝내기가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상대에서도 실착이 나왔고 23-41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이미지: 텍스트

초반에 크게 당황할 정도로 불리하다는 생각을 했고 시간을 많이 썼는데 대국 이후 분석 결과는 내 생각과 달랐다. 초반에 비등비등하거나 내가 유리했으며, 중반 이후에 내 악수로 무승부가 될 수 있는 상황까지 갔지만 상호 최선 진행 시 내가 패배하는 경우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내가 대국에서 할 일은 충분히 수행했다.

대국 이후 그 분은 우변을 내준 것이 패인이라는 코멘트를 남겼고 나는 너무 지쳐서 그 말에 수긍만 하고 더 길게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나중에 뒷풀이에서 그 분은 자기도 오델로 프로그램으로 분석하고 공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오델로를 진지하게 공부하게 되면 프로그램으로 자기 수를 평가하는 과정을 무조건 거치게 되는데 그런 과정 없이 5단까지 올라갔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그 분과 오델로로 좀 더 깊게 소통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그 분께서 오델로 대회를 꽤 오랜만에 나오신 것이라고 하셨다. 오델로라는 게임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알려진 게임이 아니다보니 오델로를 즐긴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동질감이 생기고 대회를 참가하다보면 저절로 유대감이 생기게 된다. 판을 만져가면서 오델로를 두는 그 분의 열정과 실력에 경의를 표하며 앞으로도 계속 오델로계에서 함께 교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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