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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차린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블로그에는 '오델로 일상'이라는 제목의 글과 '일상 오델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옵니다.

'일상 오델로'는 제가 타 사이트에서 올리는 글을 거의 그대로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이번에 올리는 세계대회 관련 글은 요약본 같은 글이고 이 블로그에 좀 더 깊은 내용의 후기를 쓸 예정입니다.



야구계의 명언 중 하나로 김재박 감독의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게 둘째 날 제 경기의 요약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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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라운드 경기는 제가 백을 잡았는데 중계를 탔습니다.

대국하는 영상이 올라오는 유튜브 중계와 실시간으로 기보가 올라오는 기보 중계가 있었는데 후자였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오후 4시에 경기가 시작했으니 한국 오델로 플레이어 분들도 보기 편한 상황이었습니다.

상대는 이탈리아의 Paolo Scognamiglio (레이팅 1984)였습니다.

제가 4달 전에 로마에서 열린 유럽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었는데 이 때 만나서 구면이었습니다.

제가 초반에 약간 유리한 상황에서 상대의 실착으로 중후반까지 유리하게 게임을 이끌어갔습니다.

그런데 제가 너무 상황을 낙관했는지 딱 한 수로 전세가 뒤집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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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38수로 A3를 뒀는데 굳이 백만 둘 수 있는 곳에 어거지로 들어가면서 흑에게 둘 자리를 마련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냥 얌전하게 백 38수를 F7에 뒀다면 상대를 좀 더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었는데 반대로 상대에게 기회를 내 준 것이었습니다.

이 한 수로 42개로 이길 상황이 34개로 이길 상황으로 바뀌었고 수읽기가 매우 복잡해졌습니다.

그리고 후반 수읽기가 상대적으로 약한 저는 연달아 악수를 두며 39-25로 패배했습니다.


대국을 끝나고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카톡방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워낙 형세가 유리했기에 질 수 없는 판이다, 1초에 한 수씩 둬도 이길 판이다 등 모든 분들이 상황을 매우 긍정적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후반에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는 반응에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나중에 쉬다가 다시 상대를 만날 일이 있었는데 이 게임을 제가 이겼어야 이튿날 대회를 풀어나가기 수월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경기에서 이겼으면 10위 안에 들어가고 현실적으로 이기기 어려운 상대를 만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경기를 지면서 중상위권에서 버텨야 되는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이튿날 경기가 꼬이기 시작했습니다.

 

9라운드 상대는 스위스의 Arthur Juigner (레이팅 2213)였습니다.

이 선수 역시 로마 대회에서 만났는데 그 때 처참하게 졌습니다.

그 때는 제가 가장 잘 알고 있던 오프닝(초반 정석)으로 우위를 점하려고 했으나 끝까지 쫓아오면서 결국에는 제가 못 버티고 나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아예 다른 오프닝을 들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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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흑 5수를 무조건 C4에 둡니다.

지금까지 세계 각지 대회에서 모인 기보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해보니 저 상황에서 98%가 C4를 택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저보다 실력이 월등히 좋은 상대를 흔드는 목적으로 C5를 둘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어차피 저보다 오프닝을 더 깊고 많이 아는 상대이기에 질질 끌려다닐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C4의 경우 서로 최선 진행 시 무승부로 끝난다고 추정하지만 C5의 경우 흑이 6점 차로 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모든 상황에서 항상 최선수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오프닝에서 돌 개수 마진 +0짜리 정석뿐만 아니라 -2인 오프닝도 자주 사용하고 가끔씩은 -4까지 나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6부터는 모험이었습니다.

대회 전 검토를 했을 때 상대가 최선으로 계속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대로 흑 입장에서는 초반에 불리함은 있지만 악수를 둘 여지가 적고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0.5%만 갔던 길을 갔습니다.

실전에서 제 의도가 맞아 떨어져 -6의 격차가 무승부 수준으로 좁혀지기는 했으나 미세한 악수의 반복으로 다시 격차는 -6 전후를 왔다 갔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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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승부를 결정짓는 악수가 흑 37수에 나왔습니다.

좌하 모서리 부근을 빨리 정리하고 싶다는 생각에 B7을 뒀는데 이 수로 백이 좌측에 착수하기 비교적 편해졌습니다.

 37수를 B3에 뒀다면 상대는 당장 좌하쪽에 둘 수 있는 방법이 없고백이 좌상쪽에 응수해도 흑이 무난히 응수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수로 경기는 23-41로 패했습니다.

 

10라운드 상대는 미국의 Yoko Sano (레이팅 1850)0이었습니다.

이 선수는 일본인으로 전날 만났던 Joseph Rose의 어머니입니다.

이 경기는 오델로 대회에서 뒀던 대국 중 최악의 경기였습니다.

초반을 두면서 느낀 것은 상대가 잘 아는 오프닝에 끌려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제가 오프닝을 잘못 기억한 부분이 있어 초반에 확 불리해졌습니다.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돌이킬 수 없는 수를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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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36수 G3였는데 상대가 37수 A1을 두니 B1, D1을 둘 방법이 없어지고 퍼펙트 패배를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 하나를 잘못 봐서 한 수 만에 B1이나 D1을 둘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한 것이 엄청난 실수였습니다.

퍼펙트만은 면하자는 생각으로 최대한 수 읽기를 하였으나 돌 하나 남기는 게 전부였습니다.

복기 결과 4개까지 남길 수 있는 상황이 있었는데 1개나 4개나 오십보백보인 것 같습니다.

아들을 이겨놓으니 어머니에게 호되게 당한 경기였습니다.

전날 5승을 하고 천국에 있던 것 같던 심정은 박살이 나버렸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2일차 2승 4패가 불가능한 영역이 아닌 것 같아 보였는데,

이제는 1승을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게 느껴졌고 어떻게 이겨야 될지 감이 안 오기 시작했습니다.

 

11라운드 상대는 벨기에의 Frédéric Nicholls (레이팅 1596)였습니다.

이 경기 역시 오프닝 주도권을 상대에게 넘겨준 경기였습니다.

아직 제가 많은 오프닝에 경험이 풍부한 것이 아니어서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미묘하게 불리한 상황에서 잘 버티지 못하고 중반부터 격차가 벌어졌는데 35수로 돌아올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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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수를 둘 상황에서 백은 A5에 두지 못하고, A3로 둬서 좋을 자리는 아니기에 그냥 그대로 두면 되는데 굳이 흑 35수 A3를 둬서 상황을 악화시켰습니다.

그냥 무난하게 B1을 둬도 됐는데 대회 때가 되면 꼭 이상하게 생각이 엇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도 상대도 약간의 실수를 해서 그나마 격차를 좁혔고 26-38로 생각보다는 돌을 많이 잃지 않았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상대가 첫째 날 잘하는 걸 봐서 이기기 힘들 줄 알았는데 운이 좋았다는 말을 했습니다.

 

12라운드 상대는 노르웨이의 Alexander Bøe (레이팅 1620)였습니다.

이 경기에서는 흑을 잡았는데 절대로 지면 안 되는 상황까지 만들어 놓고 거대한 삽질을 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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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조금씩 우세를 쌓기 시작해 40수까지 왔는데 흑 41수에서 D1이라는 큰 실수를 했습니다.

돌 개수 마진이 +26인 상황이었는데 순식간에 +0이 되어버렸습니다.

흑 41수를 G7에 두면 우하향 대각선이 모두 흑으로 바뀌고 백이 중간으로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를 놓쳤고 나중에는 역전을 허용해 27-37로 패했습니다.

(나중에는 백에게 H1을 내줄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기는 하지만 그 때는 모서리의 실질적인 이득을 잃은 이후입니다.)

너무 상황을 낙관하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독이 된 순간이었습니다.

저 때는 정말 변명의 여지 없이 긴장을 풀고 너무 쉽게 생각하고 방심했던 것 같습니다.

  

13라운드 상대는 체코의 Vitek Sládek (레이팅 766)라는 남자 아이였고 제가 백을 잡았습니다.

그냥 모든 것을 놓아버린 심정이었지만 레이팅 차이가 커서 부담 없이 둘 수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순간은 존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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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착까지는 아니었지만 32수를 B4로 둬서 상대가 둘 곳이 늘어나고 백을 괴롭힐 방법이 생겼습니다.

백 32수를 A4로 두면 상대는 질식하기 일보 직전 상태가 됩니다.

( A3 시 백 A2, 흑 A2 시 백 H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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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36수로 안전하게 H7을 택했는데 G7을 둘 경우 우하향 대각선이 다 백으로 바뀌고 흑이 F7을 둔다고 해도 백은 다시 F8으로 대각선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G7을 둬도 H8을 잃을 일이 없었는데 막연히 불안한 생각에 안전한 수를 택했습니다.

마지막 경기는 14-50로 이겼고최종 6승 7패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1일차에 비하면 확실히 지친 감이 있었습니다.

첫째 날의 제가 보면 둘째 날의 제 멱살을 잡을 것 같았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오델로를 공부하고 연습한지 1년 정도 됐는데 아직까지는 기본기가 많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컨디션이 좋을 때에는 제가 어딘가를 두면 상대의 응수가 어떻게 될지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머리 속에 동시에 떠오르면서 평가할 수 있는데,

게임을 많이 해서 지치기 시작하면 상대의 응수가 생각이 나지 않고 제가 두고 난 이후의 모양만 머리 속에 떠오릅니다.

그래서 지치면 머리를 쥐어짜고 시간을 써야 그나마 수읽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고수들은 상황에 따라 특정 라인이나 특정 칸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어서 생각할 경우의 수를 잘 가지치기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아직까지 중후반에 수읽기가 탄탄하게 되지 않는 것도 개선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오델로에서 특정 수를 둬야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상대의 유리한 수를 봉쇄하는 의도가 있을 수 있고상대보다 먼저 유리한 형세를 갖추기 위한 수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지금 바로 착수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역습을 당할 수 있기에 방어하는 수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면 상대에게 언제든지 기회를 내 줄 수 있습니다.


착수의 이유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악수의 이유를 찾는 것입니다.

오델로는 묘수를 잘 둬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악수를 두지 않아서 이기는 게임입니다.

여러 개 수 중에 모두 다 패배로 향하는 길이고 하나만 승리를 향해 열려 있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묘수를 찾는 것보다 우선으로 악수를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도 복기를 하며 이 수가 왜 좋고이 수가 왜 나쁜지 이해하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대국 중 매 착수마다 모든 착수 지점에 대해 그 착수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착수 가능한 지점 중에 딱 봐도 불리해 보이는 수도 있지만 생각하지 못 한 수가 좋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복기를 할 때에는 최선 진행 시 예상 돌 개수 차이가 수치로 나오지만실전에서는 후반이 아니고서는 돌 개수를 계산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각 착수 지점 별로 가치를 판단하고 비교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수를 이해하는 것보다 그 수를 실전에서 선택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봅니다.

아직 저는 수의 장단점을 온전히 파악하는 것도 미숙하고각 수를 비교하는 안목도 부족합니다.


대회가 끝나고 여러 사람들에게 대회의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이튿날 첫 경기로 만난 Paolo Scognamiglio의 경우에는 오늘 2승 밖에 하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또 전날 뒀던 Marcus Frönmark를 만났는데 그 분도 저처럼 6승이고 자신이 출전했던 세계 대회 중 가장 최악의 성적이라면서 시무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나는 전날 5승 해놓고 오늘은 5연패 했다고 하면서 서로 동병상련의 심정을 느꼈습니다.

그 외에 아는 사람들과 간단히 인사를 하고 금요일 빅토리 디너 때 보기로 했습니다.

 

원래 이 글을 오늘 아침에 올리려고 했는데 약간 늦어졌습니다.

지금 시점에는 일반부 준결승 3경기가 진행 중입니다.

어제 집 들어가기 전에 Tournament director한테 붙잡혀 심판을 봐 달라는 부탁을 받아

방금 전까지 여성부 준결승 두 경기의 심판 겸 기록자를 하고 나왔습니다.

오델로 경기에 심판이 필요한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는데 여성부 준결승 첫 경기에서 돌을 잘못 뒤집는 사태가 발생해 정정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여름부터 오델로를 공부하면서 이런 저런 대회를 나가고 이번에는 세계 사람들과 오델로를 둬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모하게 세계대회로 향하는 길에 올랐습니다.

아직 부족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때 아니면 언제 즐기나 하는 심정으로 택했습니다.

1일차 5승에 기뻐하고 2일차 5패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오델로는 언제나 저에게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이번에 세계 대회를 한 번 나가봤으니 지금보다 1.5승 이상을 거둘 수 있을 정도일 때 다시 세계 무대를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좀 더 자극을 받았고 열정이 다시 불타오르게 됐습니다.

나중에 세계 대회에서 빛나기를 희망하며 지금은 이 순간을 즐겨야겠습니다.


P.S.

이 글을 쓰는 동안 준결승이 있었는데 엄청난 이변이 있었습니다.

세계대회 5회 우승, 세계대회 우승후보 1순위인 타카나시 유스케가

일본 어린이 대표인 10살 후쿠치 케이스케에게 1-2로 패하면서 6번째 우승 도전에 실패했습니다.

작년에도 결승전에 일본 어린이 대표가 올라갔었는데 올해는 새로운 어린이 대표가 결승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결승전이 기대되는 순간입니다.


* P.S. 이 글을 준결승과 결승전 사이에 처음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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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차린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블로그에는 '오델로 일상'이라는 제목의 글과 '일상 오델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옵니다.

'일상 오델로'는 제가 타 사이트에서 올리는 글을 거의 그대로 다시 올리는 글입니다.

이번에 올리는 세계대회 관련 글은 요약본 같은 글이고 이 블로그에 좀 더 깊은 내용의 후기를 쓸 예정입니다.




오델로 글을 정말 오랜만에 씁니다.

그간 제 개인적인 일로 바쁘기도 했고, 몸이 안 좋기도 했습니다.

또 두 번의 오델로 대회에서 부진을 겪으면서 의욕을 상실하기도 했습니다.

항상 피곤했던 걸 그냥 잠을 잘 못 자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는데 몸이 많이 안 좋아진 상황이었습니다.

아마 이 때문에 의욕이 없고 오델로 대회에서 성적도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2주 전부터 체력 관리에 신경을 써서 그런지 지금은 컨디션이 그나마 좋아진 상황입니다.

지금 이 글을 프라하에서 쓰고 있습니다.

오델로 세계 대회 예선을 모두 마친 상황입니다.

오늘 글에서는 제 첫 세계 대회 경험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한국 대표로 저 포함 두 명이 출전했습니다.

한 명은 어린이 대표로 세계 대회 출전 경험이 많은 선수였습니다.

예선은 첫째 날 7, 둘째 날 6,  13라운드로 진행합니다.

대진은 스위스 토너먼트 방식으로, 1라운드 랜덤 대진 이후에 비슷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끼리 대진이 짜입니다.

대회 출전할 당시 제 세계 레이팅은 1739였습니다.

 

1라운드 상대는 코트디부아르의 여자 아이 Gallo Irène Ourega (레이팅 765)였고 저는 백이었습니다.

별로 생각을 깊게 하지 않고 뒀습니다.

그런데 복기 결과 위험한 순간이 두 번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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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백 38수로 B8을 뒀는데 흑이 39수로 G7을 두면 흑은 둘 곳이 제한이 됩니다.

38수에서는 흑에게 좌변을 내 줄 생각으로 B2를 둬서 상대를 우측으로 몰고 가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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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백 42수로 G3를 택했는데 이는 흑에게 활로를 열어주는 수였습니다.

 42수로 G6를 뒀다면 흑이 둘 수 있는 모든 착수 가능한 지점이 외각 쪽 백을 없애 흑이 갈 곳을 막아버리는 상황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그러나 상대 역시 실수를 하여 15-49로 기분 좋은 출발을 했습니다.

 

2라운드 상대를 보고 제 반응은 아래 사진과 100% 일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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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미국 랭킹 1, 세계 랭킹 27위이자 2003 2004년 세계대회 우승, 2002, 2014년 세계 대회 준우승의 Ben Seeley (레이팅 2329)였습니다.

전성기 때보다 폼이 많이 죽었다고는 하지만 저랑 격차는 하늘과 땅 수준이었습니다.

이 판에서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가 상대에게 Stoner Trap이라는 기술을 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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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흑이었는데 상대 백 28 B3에 장고 끝에 29수로 흑 B7을 택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수로 A1 코너를 차지하는 것이 확정이 되었습니다.

백이 어디에 두던 간에 (실전에서는 백 30 C4로 진행했습니다.)  31 A5를 두면,

백이 A7을 두는 순간 흑은 A8을 차지할 수 있고,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으면 흑이 A1을 차지하게 됩니다.

상대가 이 수를 보고 자기가 몇 년 만에 Stoner trap을 걸렸다면서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다만 이 수가 패착이었다는게 아이러니한 상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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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백은 32수로 D3를 뒀고, 그 순간 저는 A7을 둘 수 없어졌고 상대는 A8, A7라는 든든한 여유수가 생겼습니다.

B7을 두기 전에 이 진행을 봐서 장고를 했고 다른 수도 나빠 보여서 어쩔 수 없이 택했는데 복기 결과 훨씬 더 좋은 수가 있었습니다.

그 이후 복잡한 형세에서 수읽기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차이가 벌어져 11-53으로 패배했습니다.

 

3라운드 상대는 체코의 Ivo Rybacrik (레이팅 1678)이었고 이번에는 백을 잡았습니다.

무난하게 진행하다가 한 번 패배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백 48수로 F8을 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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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이후 흑이 H3를 두면 G열이 모두 흑이 됩니다.

오델로에서 마지막 수를 누가 두느냐가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G열이 모두 흑으로 바뀌면서 나중에 G8을 백이 못 두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상황에서 흑이 계속 우하로 들어가지 않으면 흑이 H8, G8을 두면서 게임을 마무리하는 진행이 나옵니다.

(궁금하신 분은 백 F8 다음 H3, H2, A1, B1, G2, H1, G1, A8, A7, G7, H8, G8으로 따라가보시면 이해가 될 겁니다.)

48수 때 H3를 둬서 G열이 모두 흑으로 바뀌는 것을 막아야 패배를 피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상대 역시 이 진행을 보지 못하고 24-40으로 이길 수 있었습니다.

 

4라운드 상대는 스웨덴의 Niklas Wettergren (레이팅 2088)이었고 흑을 잡았습니다.

결정적인 패착이 두 번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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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흑 25 A6로 백이 A5를 두지 못한다고 착각해서 택한 수였습니다.

이 때 좌하는 흑만 둘 수 있는 곳이 많아 굳이 들어갈 필요가 없었는데 순간의 착각으로 들어가면서 형세가 불리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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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흑 43 H2로 백의 43 C8 응수를 보고 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면 블랙 라인 상에 백돌 밖에 없으며, 백이 43수를 둔 상황에서 C6 F3를 흑으로 바꿀 방법은 있지만 백이 다시 대각선 상에 백돌만 존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결과 A8, H1 코너를 둘 방법이 없어져버렸고 19-45로 패했습니다.

 43수를 D1에 뒀으면 백이 블랙 라인을 모조리 차지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5라운드 상대는 체코의 Matyáš Racek (레이팅 1233)이었고 저는 백이었습니다.

유년부 나이 제한을 갓 넘긴듯한 인상의 소년이었습니다.

이 판에서는 중후반 때 제가 질 뻔한 상황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유리함을 크게 잃는 순간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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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백 44 B1이었습니다.

이 때 B1 대신 B2를 뒀다면 흑은 둘 수 있는 곳이 크게 제한되면서 동시에 화이트 라인 상에 백돌만 놓이면서 코너를 내 주지 않는 상황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그래도 상대가 이 실수를 인지하지 못해 16-48로 이겼습니다.

 

6라운드 상대는 스웨덴의 Marcus Frönmark (레이팅 2001)이었고 저는 흑이었습니다.

대회 전에 많은 오델로 하시는 분들이 6승 정도를 예상했고 첫째 날 3승을 거뒀기에 이번 판은 무난하게 질 것 같다는 생각으로 게임에 임했습니다.

그러나 중반까지 팽팽하게 진행이 되다가 상대 실착으로 게임이 기울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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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백 44 F7이었는데 이 수 대신 H7을 뒀어야 했습니다.

이 수는 H8 코너를 내주기는 하지만 블랙 라인에 백돌만 놓이게 되어 흑으로 하여금 대각선 가운데 흑돌을 만들기 위해 한 수를 소비하는 상황을 만들게 됩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백이 둘 곳이 늘어나게 됩니다.

막판에 시간이 부족하면서 끝내기를 깔끔하게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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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수에 시간이 없어 G1을 나중에 둬도 된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먼저 뒀는데 H8을 먼저 두고 나중에 둬도 무방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실수로 크게 이길 게임을 36-28로 마무리했습니다.

여담으로 상대 프론마크와 예선이 끝나고 소회를 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7라운드 상대는 미국의 Joseph Rose (레이팅 2014)이었습니다.

미국의 오델로 원로인 Brian Rose의 아들로 유명한 선수였습니다.

초반에는 백을 잡은 제가 미세하게 불리했습니다.

제가 흑으로 잘 알던 오프닝(초반 정석)을 가줘서 따라갔는데 그 과정에서 미세한 실수를 했습니다.

하지만 상대 역시 유리함을 굳히지 못하고 애매한 수로 미묘한 상황이 유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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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흑 39 C7이라는 상대의 실착이 나오면서 승부의 추가 기울어졌습니다.

C7, D7에 흑돌이 있는 것이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39수를 E8에 뒀다면 백은 둘 곳이 제한되고 흑은 둘 곳이 백보다 많은 상황이 만들어졌을 것입니다.

상대가 이어서 실착을 두면서 게임은 20-44로 끝났습니다.

월드 레이팅 2000 대를 만나면 3:7로 질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봤는데 결정적인 실수를 하지 않으면서 상대의 실수를 잘 포착해 이기면서 대국에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6, 7 라운드 때 가장 머리가 잘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첫날 5 2 17위라는 성적에 오델로 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카톡방은 난리가 났습니다.

비록 2일차에 만날 상대들이 더 까다롭기는 하지만 7승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현 시점 기준)을 제외하고 7승 이상을 거둔 사람이 나온 적은 2007년이 마지막이어서 많은 분들이 오랜만에 새로운 7승자가 나오기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대진운이 좋아서 5승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세계대회여서 그런지 첫 날에는 운이 따라 준 것 같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는 이런 표현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찾아나서는 도전은 언제나 초심자의 행운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반드시 가혹한 시험으로 끝을 맺는다.’

이 말처럼 다음 날 엄청난 검증의 쓰나미가 몰아 닥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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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에 관계 없이 대회는 서로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경쟁과 교류의 장입니다.

오델로도 역시 대회가 있습니다.

오델로 대회는 어떻게 진행이 될까요?


일단 대국에 필요한 준비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오델로 판과 돌 (주최측이 준비하겠죠?)

2. 대국 시계 (이 역시 주최측이 준비하겠죠?)

3. 참가자 (준비물...?)

4. 심판 (이 역시 주최측이 준비할 준비물이죠...?)

5. (선택) 기보지 + 펜 (주최측이 준비하기도 하고 개인이 준비해가기도 합니다)

- 나중에 기보지에 결과를 적고 서로 결과를 승인한다는 의미로 서명을 해서 제출합니다.

사실 몸만 가도 상관이 없습니다.


판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았습니다.

이제 대국을 하려면 흑백을 정해야합니다.

일반적으로 대진을 짤 때 흑백까지 같이 정해집니다.

(이럴 때에는 한 사람이 대회에서 흑, 백 하는 횟수를 고르게 배정합니다.)


하지만 대국 직전에 대국자 두 명이 흑백을 정하는 경우도 있고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한 사람(보통 단수가 높은 사람)이 돌을 잡고 숨기면, 다른 사람이 위, 아래로 자신의 색깔을 고르기

2. 한 사람이 돌을 잡고 숨기고, 다른 사람이 윗면의 색깔을 맞추면 자신이 원하는 색깔을 고르기

2-1. 참가자가 무지막지하게 많은 일본 대회의 경우에는 윗면의 색깔을 맞췄을 경우 '원하는 색깔 고르기' 또는 '무승부 시 승리'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합니다. 무승부를 피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대국 시계가 있다는 것은 제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종목과는 달리 오델로에는 초읽기가 없습니다. (시범적으로 초읽기를 도입한 사례도 있지만 극히 드뭅니다.)

말 그대로 제한 시간을 다 쓰면 그냥 시간패가 됩니다.

국내 대회에서 개인 당 제한 시간은 15 ~ 25분 사이로 주어지고 보통 20분으로 합니다.

하지만 국내 대회 결선이나 세계 대회 예선의 경우에는 개인 당 30분이 주어지고,

세계 대회 결선의 경우 한 사람 앞에 35분이나 40분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1시간을 준 적도 있습니다.)


대국 시계는 흑을 잡은 사람의 오른편에 둡니다. (사실 신경을 잘 안 씁니다.)

시계를 초기화해서 제한시간을 세팅한 다음 후수인 백을 쥔 사람이 대국 시계를 누르면서 대국이 시작됩니다.

대국 시계는 자기 차례가 끝나고 자기 쪽의 스위치를 누르면 상대방 시간이 가게 됩니다.


대국을 하면서 자기 차례가 오면, 원하는 곳에 돌을 두고, 뒤집히는 돌을 모두 다 자기 돌로 뒤집은 다음에 대국 시계를 누르면 됩니다.

자기가 둘 곳이 없다면 "패스"라고 이야기하면서 대국 시계를 누르면 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절차를 한 손으로만 해야합니다.

이 룰이 있는 이유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습니다.

대국 중에 사용하는 손을 바꿔도 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물어봐야겠어요.

예전에 대회에서 그런 적이 있었는데 상대가 괜찮다고 했었습니다.

(세계 대회에서는 이벤트 경기로 한 손으로 돌 빨리 뒤집기 대회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상대 차례일 때에는 판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손으로 상대가 판을 못 보도록 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칙입니다.

하지만 돌이 흐트러져 있을 경우, 상대 차례 때 반듯하게 다시 배치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을 합니다.

(저는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어서 거의 안 하는 편입니다.

저는 돌이 흐트러져 있어도 신경을 안 쓰는데, 반듯하게 놓는 것을 선호해서 대국 중에 돌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분도 많습니다.

이 역시 심리전의 한 요소죠...?)


상대 차례 때 판에 손을 대는 것이 제한된다면 자기 차례에는 판을 만질 수 있을까요?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면 자기 차례에도 판을 만지는 것이 제한됩니다.

(시각장애인은 촉각으로 흑백을 인지하는 돌을 사용하기에 당연히 판을 만져야합니다.)

이 역시 상대가 판을 못 보도록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칙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 차례 때 손이나 돌로 어떤 칸을 건드린 경우에는, 그 곳이 착수 가능한 지점이라면 무조건 건드린 칸에 착수를 해야됩니다.

(건드린 칸이 둘 수 없는 곳이면 무시합니다.)

이는 상대가 다른 곳에 둬도 된다고 해도 무를 수 없는 규칙입니다.

(세계대회 규칙에는 착수 의도가 없이 실수나 무심코 건드릴 경우에는 이 규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기는 합니다.)

요약하면 자기 차례 때도 손으로 판을 가르키거나 접촉할 수 없습니다.

(가르키는 건 규정에는 없기는 하지만 비매너로 간주되기도 하며, 상대에게 방해된다면 제지당할 소지가 있습니다.)

체스에도 아무런 말 없이 기물에 손을 댈 경우 무조건 움직여야 된다는 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대국자 역시 사람이다보니 두면서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돌을 잘못 뒤집거나, 둘 수 없는 곳에 두거나, 어디에 뒀는지 애매하게 두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누가 저런 짓을 하나 싶겠지만, 일단 저는 앞의 두 개를 대회 때 해 본 적이 있고, 거의 모든 대회에서 한 두 번씩은 꼭 돌 잘못 뒤집는 경우가 나옵니다.

상대가 실수나 부정행위를 할 경우, 자기 시계를 눌러 상대편 시간이 가게 한 다음 상대의 실수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지적하고 정정하는 과정에서 심판이 중재 또는 개입을 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정정하는 것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가장 마지막에 둔 수만 정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는 착수 이후에 착수가 이루어졌다면 어느 누구도 이를 되돌릴 수 없으며 실수를 묵인해야 합니다.

(근데 매너 없이 나중에 이야기 하면서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국 진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자주 나오는 실수로 대국 시계를 안 누르는 것이 있습니다.

상대방 차례인데 자기 시간이 소모되면 큰 손해입니다.

만약에 상대방이 시계를 안 누른 상태에서 턴이 넘어온다면 시계를 누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닙니다.' (하지만 매너 상 시계를 누르라고 하지요.)

심판이 시계를 안 누른 상황을 확인했다면 누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판이 아닌 관전자는 이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관전자는 대국 중에 어떠한 말이나 대국에 개입이 될 만한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불행하게도 제한 시간을 모두 다 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시간패가 됩니다.

제한 시간 내에 마지막 수를 착수한 다음 돌을 모두 다 뒤집어 게임이 종료된 상태를 만든 다음 시계를 눌러야 합니다.

만약 제한 시간 내에 마지막 수를 뒀는데 돌을 뒤집는 과정에서 시간이 모두 소진되면 시간패가 됩니다.

극단적인 경우로 제한 시간 내에 돌을 다 뒤집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시간이 다 되기 전에 시계의 자기 버튼을 못 눌러도 시간패입니다.


다만 시간패가 된다고 해서 대국이 바로 종료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점수를 기록해야 되기 때문에 제한시간을 모두 소진할 경우 2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집니다.

글로 설명하면 길어지니 아래 그림으로 대체하겠습니다.

[그림]


대국이 종료되면 돌 개수를 확인하고 기보지에 점수를 기입한 다음 서명해서 심판에게 제출하게 됩니다.

(요즘은 대회에서 기보 작성을 강제하지 않아, 대부분 기보는 기록 안하고 최종 점수만 기록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기보와 최종 돌 배치까지 다 쓴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64개의 칸을 모두 다 채우지 않고 게임이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무승부면 32:32로 기록하고, 승패가 갈린 경우 빈칸은 승자의 돌로 간주됩니다.

만약 32:31로 이겼다면, 기록 시에는 33:31로 기입하게 됩니다.


이렇게 한 판의 대국이 끝났습니다. 그럼 그 날 둘 대국이 끝난 것일까요?

불행히도 아닙니다. 보통 대회에서 하루에 6~7번 전후의 대국을 하게 됩니다.

사람 수가 적으면, 리그 형태로 모든 참가자들과 한 번 또는 두 번 씩 대국을 하는 라운드로빈이나 더블 라운드로빈으로 대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그로 진행하기에 사람이 많을 경우 일반적으로 스위스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시범 삼아 토너먼트나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 등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경우가 극소수 존재합니다.)


스위스 시스템은 자신과 비슷한 성적을 거둔 사람과 대진이 짜여지는 방식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그림]


만약에 전체 참가자 수가 홀수명이면 가상의 플레이어(bye라고 명칭)을 추가합니다.

Bye는 대진을 짤 때 부전승을 하지 않은 사람 중 최하위 선수와 매칭이 됩니다.

Bye와의 대국은 33:31 부전승으로 간주합니다. (부전승 스코어는 다르게 기록되기도 합니다.)

Bye를 포함하여 뒀던 사람과 다시 대국하지 않는 선에서 비슷한 성적의 사람들끼리 대진이 짜여지게 됩니다.

(Modified swiss system에서는 bye가 아닌 사람과 두 번까지 대국이 가능합니다.)


세계 대회의 경우 참가자 수가 홀수가 되면, 개최국에서 한 명의 선수를 더 출전시킬 수 있습니다.


스위스 시스템으로 대회 전체 라운드가 끝나고 나면 승수를 비교해서 순위를 정합니다.

무승부는 0.5승으로 계산합니다.

만약 승수가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스위스 시스템이다보니 승수가 똑같더라도 어려운 상대 위주로 만났을 수도 있고 쉬운 상대 위주로 만났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오델로에서 돌을 많이 차지하는 것 역시 실력의 지표입니다.

Tie-breaking 요소로 돌 개수 총합 또는 상대의 승수 합을 사용할 수 있는데 오델로에서는 이 두 요소가 모두 중요해서 어느 한 쪽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두 요소를 결합한 BQ(Brightwell Quotient)라는 것을 이용해서 승수가 같은 경우 순위를 가립니다.

여기에서 Brightwell은 빛나는 우물이 아니라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의 Graham Brightwell 교수의 이름에서 따 온 것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만난 상대한 선수의 승수를 돌 개수로 변환해서 자기 돌 개수 총합에 같이 더한 것입니다.

BQ가 어떻게 유도되었는지는 원하시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요즘 국내 대회에서는 스위스 시스템으로 순위를 결정한 다음 대회를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외국 대회의 경우에는 스위스 시스템을 예선으로 실시하고, 상위 순위자끼리 결선을 진행합니다.

추가로 세계 대회에서는 여성, 어린이 관계 없이 다 섞여서 스위스 시스템을 진행합니다.

그 이후 여성, 어린이 중 상위권자만 골라 여성부, 어린이부 결선을 따로 진행합니다.

예외적으로 2017년에는 일본에서 어린이부로 출전한 타카하시 아키히로가 12승으로 예선 1등을 해서, 어린이부 결선과 전체 결선을 동시에 출전해야 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부는 결선 없이 타카하시 아키히로가 우승자로 결정이 됐습니다.

이 어린이는 전체 결선에서 2등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2018년 일본 명인전에서 초등부, 무제한부 2위를 하면서 콩의 기운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델로를 즐기다보니 온라인 대국보다 오프라인 대국이 좀 더 집중이 잘 되고, 그냥 사람들끼리 만나서 두는 것보다 대회에서 최대한 집중을 다해 두는 것이 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오델로에 흥미가 생기고 나중에 대회에 참가하는 분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대회에 나가신다면 제가 국내대회 참가비를 지원하거나 같이 연습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덧붙이는 말 1.

오델로 대회에서 심판이 중재할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방금 전에 자신이 뒀던 곳을 까먹고 저한테 잘못 뒤집었다고 따져서 중재까지 갈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미 승부가 기울어졌는데 자기 눈에 불리해보이니 몽니를 부리는 것을 보니 오히려 더 반발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그 때 기보를 기록하고 있었고, 상대 수를 보고 기보를 적은 다음 바로 둬서 잘못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말이죠...


덧붙이는 말 2.

저는 보통 제한 시간을 30 ~ 60초 정도 남기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적게 남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근에 열린 일본 어린이 챔피언전에서는 승리가 확실한 대국인데 끝까지 생각을 하면서 8초 남기고 대국을 마치면서 우승한 사례도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3.


덧붙이는 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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