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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에 관계 없이 대회는 서로 실력을 겨룰 수 있는 경쟁과 교류의 장입니다.

오델로도 역시 대회가 있습니다.

오델로 대회는 어떻게 진행이 될까요?


일단 대국에 필요한 준비물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오델로 판과 돌 (주최측이 준비하겠죠?)

2. 대국 시계 (이 역시 주최측이 준비하겠죠?)

3. 참가자 (준비물...?)

4. 심판 (이 역시 주최측이 준비할 준비물이죠...?)

5. (선택) 기보지 + 펜 (주최측이 준비하기도 하고 개인이 준비해가기도 합니다)

- 나중에 기보지에 결과를 적고 서로 결과를 승인한다는 의미로 서명을 해서 제출합니다.

사실 몸만 가도 상관이 없습니다.


판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았습니다.

이제 대국을 하려면 흑백을 정해야합니다.

일반적으로 대진을 짤 때 흑백까지 같이 정해집니다.

(이럴 때에는 한 사람이 대회에서 흑, 백 하는 횟수를 고르게 배정합니다.)


하지만 대국 직전에 대국자 두 명이 흑백을 정하는 경우도 있고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한 사람(보통 단수가 높은 사람)이 돌을 잡고 숨기면, 다른 사람이 위, 아래로 자신의 색깔을 고르기

2. 한 사람이 돌을 잡고 숨기고, 다른 사람이 윗면의 색깔을 맞추면 자신이 원하는 색깔을 고르기

2-1. 참가자가 무지막지하게 많은 일본 대회의 경우에는 윗면의 색깔을 맞췄을 경우 '원하는 색깔 고르기' 또는 '무승부 시 승리'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합니다. 무승부를 피하기 위한 규정입니다.


대국 시계가 있다는 것은 제한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른 종목과는 달리 오델로에는 초읽기가 없습니다. (시범적으로 초읽기를 도입한 사례도 있지만 극히 드뭅니다.)

말 그대로 제한 시간을 다 쓰면 그냥 시간패가 됩니다.

국내 대회에서 개인 당 제한 시간은 15 ~ 25분 사이로 주어지고 보통 20분으로 합니다.

하지만 국내 대회 결선이나 세계 대회 예선의 경우에는 개인 당 30분이 주어지고,

세계 대회 결선의 경우 한 사람 앞에 35분이나 40분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1시간을 준 적도 있습니다.)


대국 시계는 흑을 잡은 사람의 오른편에 둡니다. (사실 신경을 잘 안 씁니다.)

시계를 초기화해서 제한시간을 세팅한 다음 후수인 백을 쥔 사람이 대국 시계를 누르면서 대국이 시작됩니다.

대국 시계는 자기 차례가 끝나고 자기 쪽의 스위치를 누르면 상대방 시간이 가게 됩니다.


대국을 하면서 자기 차례가 오면, 원하는 곳에 돌을 두고, 뒤집히는 돌을 모두 다 자기 돌로 뒤집은 다음에 대국 시계를 누르면 됩니다.

자기가 둘 곳이 없다면 "패스"라고 이야기하면서 대국 시계를 누르면 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이 모든 절차를 한 손으로만 해야합니다.

이 룰이 있는 이유는 정확하게 잘 모르겠습니다.

대국 중에 사용하는 손을 바꿔도 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물어봐야겠어요.

예전에 대회에서 그런 적이 있었는데 상대가 괜찮다고 했었습니다.

(세계 대회에서는 이벤트 경기로 한 손으로 돌 빨리 뒤집기 대회도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상대 차례일 때에는 판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손으로 상대가 판을 못 보도록 가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규칙입니다.

하지만 돌이 흐트러져 있을 경우, 상대 차례 때 반듯하게 다시 배치하는 것은 어느 정도 용인을 합니다.

(저는 오해의 소지가 발생할 수 있어서 거의 안 하는 편입니다.

저는 돌이 흐트러져 있어도 신경을 안 쓰는데, 반듯하게 놓는 것을 선호해서 대국 중에 돌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분도 많습니다.

이 역시 심리전의 한 요소죠...?)


상대 차례 때 판에 손을 대는 것이 제한된다면 자기 차례에는 판을 만질 수 있을까요?

시각장애인이 아니라면 자기 차례에도 판을 만지는 것이 제한됩니다.

(시각장애인은 촉각으로 흑백을 인지하는 돌을 사용하기에 당연히 판을 만져야합니다.)

이 역시 상대가 판을 못 보도록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칙입니다.


뿐만 아니라 자기 차례 때 손이나 돌로 어떤 칸을 건드린 경우에는, 그 곳이 착수 가능한 지점이라면 무조건 건드린 칸에 착수를 해야됩니다.

(건드린 칸이 둘 수 없는 곳이면 무시합니다.)

이는 상대가 다른 곳에 둬도 된다고 해도 무를 수 없는 규칙입니다.

(세계대회 규칙에는 착수 의도가 없이 실수나 무심코 건드릴 경우에는 이 규칙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있기는 합니다.)

요약하면 자기 차례 때도 손으로 판을 가르키거나 접촉할 수 없습니다.

(가르키는 건 규정에는 없기는 하지만 비매너로 간주되기도 하며, 상대에게 방해된다면 제지당할 소지가 있습니다.)

체스에도 아무런 말 없이 기물에 손을 댈 경우 무조건 움직여야 된다는 룰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대국자 역시 사람이다보니 두면서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돌을 잘못 뒤집거나, 둘 수 없는 곳에 두거나, 어디에 뒀는지 애매하게 두는 경우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누가 저런 짓을 하나 싶겠지만, 일단 저는 앞의 두 개를 대회 때 해 본 적이 있고, 거의 모든 대회에서 한 두 번씩은 꼭 돌 잘못 뒤집는 경우가 나옵니다.

상대가 실수나 부정행위를 할 경우, 자기 시계를 눌러 상대편 시간이 가게 한 다음 상대의 실수를 지적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지적하고 정정하는 과정에서 심판이 중재 또는 개입을 할 수 있습니다.


실수를 정정하는 것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가장 마지막에 둔 수만 정정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있는 착수 이후에 착수가 이루어졌다면 어느 누구도 이를 되돌릴 수 없으며 실수를 묵인해야 합니다.

(근데 매너 없이 나중에 이야기 하면서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국 진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자주 나오는 실수로 대국 시계를 안 누르는 것이 있습니다.

상대방 차례인데 자기 시간이 소모되면 큰 손해입니다.

만약에 상대방이 시계를 안 누른 상태에서 턴이 넘어온다면 시계를 누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의무는 아닙니다.' (하지만 매너 상 시계를 누르라고 하지요.)

심판이 시계를 안 누른 상황을 확인했다면 누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심판이 아닌 관전자는 이를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관전자는 대국 중에 어떠한 말이나 대국에 개입이 될 만한 행동을 할 수 없습니다.)


불행하게도 제한 시간을 모두 다 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시간패가 됩니다.

제한 시간 내에 마지막 수를 착수한 다음 돌을 모두 다 뒤집어 게임이 종료된 상태를 만든 다음 시계를 눌러야 합니다.

만약 제한 시간 내에 마지막 수를 뒀는데 돌을 뒤집는 과정에서 시간이 모두 소진되면 시간패가 됩니다.

극단적인 경우로 제한 시간 내에 돌을 다 뒤집었는데 아슬아슬하게 시간이 다 되기 전에 시계의 자기 버튼을 못 눌러도 시간패입니다.


다만 시간패가 된다고 해서 대국이 바로 종료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점수를 기록해야 되기 때문에 제한시간을 모두 소진할 경우 2분의 추가 시간이 주어집니다.

글로 설명하면 길어지니 아래 그림으로 대체하겠습니다.

[그림]


대국이 종료되면 돌 개수를 확인하고 기보지에 점수를 기입한 다음 서명해서 심판에게 제출하게 됩니다.

(요즘은 대회에서 기보 작성을 강제하지 않아, 대부분 기보는 기록 안하고 최종 점수만 기록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기보와 최종 돌 배치까지 다 쓴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64개의 칸을 모두 다 채우지 않고 게임이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만약 무승부면 32:32로 기록하고, 승패가 갈린 경우 빈칸은 승자의 돌로 간주됩니다.

만약 32:31로 이겼다면, 기록 시에는 33:31로 기입하게 됩니다.


이렇게 한 판의 대국이 끝났습니다. 그럼 그 날 둘 대국이 끝난 것일까요?

불행히도 아닙니다. 보통 대회에서 하루에 6~7번 전후의 대국을 하게 됩니다.

사람 수가 적으면, 리그 형태로 모든 참가자들과 한 번 또는 두 번 씩 대국을 하는 라운드로빈이나 더블 라운드로빈으로 대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리그로 진행하기에 사람이 많을 경우 일반적으로 스위스 시스템을 사용합니다.

(시범 삼아 토너먼트나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 등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경우가 극소수 존재합니다.)


스위스 시스템은 자신과 비슷한 성적을 거둔 사람과 대진이 짜여지는 방식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이해하기 쉬우실 겁니다.

[그림]


만약에 전체 참가자 수가 홀수명이면 가상의 플레이어(bye라고 명칭)을 추가합니다.

Bye는 대진을 짤 때 부전승을 하지 않은 사람 중 최하위 선수와 매칭이 됩니다.

Bye와의 대국은 33:31 부전승으로 간주합니다. (부전승 스코어는 다르게 기록되기도 합니다.)

Bye를 포함하여 뒀던 사람과 다시 대국하지 않는 선에서 비슷한 성적의 사람들끼리 대진이 짜여지게 됩니다.

(Modified swiss system에서는 bye가 아닌 사람과 두 번까지 대국이 가능합니다.)


세계 대회의 경우 참가자 수가 홀수가 되면, 개최국에서 한 명의 선수를 더 출전시킬 수 있습니다.


스위스 시스템으로 대회 전체 라운드가 끝나고 나면 승수를 비교해서 순위를 정합니다.

무승부는 0.5승으로 계산합니다.

만약 승수가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할까요?


스위스 시스템이다보니 승수가 똑같더라도 어려운 상대 위주로 만났을 수도 있고 쉬운 상대 위주로 만났을 수 있습니다.

또한 오델로에서 돌을 많이 차지하는 것 역시 실력의 지표입니다.

Tie-breaking 요소로 돌 개수 총합 또는 상대의 승수 합을 사용할 수 있는데 오델로에서는 이 두 요소가 모두 중요해서 어느 한 쪽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 두 요소를 결합한 BQ(Brightwell Quotient)라는 것을 이용해서 승수가 같은 경우 순위를 가립니다.

여기에서 Brightwell은 빛나는 우물이 아니라 London School of Economics and Political Science의 Graham Brightwell 교수의 이름에서 따 온 것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만난 상대한 선수의 승수를 돌 개수로 변환해서 자기 돌 개수 총합에 같이 더한 것입니다.

BQ가 어떻게 유도되었는지는 원하시면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요즘 국내 대회에서는 스위스 시스템으로 순위를 결정한 다음 대회를 마무리합니다.

하지만 외국 대회의 경우에는 스위스 시스템을 예선으로 실시하고, 상위 순위자끼리 결선을 진행합니다.

추가로 세계 대회에서는 여성, 어린이 관계 없이 다 섞여서 스위스 시스템을 진행합니다.

그 이후 여성, 어린이 중 상위권자만 골라 여성부, 어린이부 결선을 따로 진행합니다.

예외적으로 2017년에는 일본에서 어린이부로 출전한 타카하시 아키히로가 12승으로 예선 1등을 해서, 어린이부 결선과 전체 결선을 동시에 출전해야 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어린이부는 결선 없이 타카하시 아키히로가 우승자로 결정이 됐습니다.

이 어린이는 전체 결선에서 2등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2018년 일본 명인전에서 초등부, 무제한부 2위를 하면서 콩의 기운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델로를 즐기다보니 온라인 대국보다 오프라인 대국이 좀 더 집중이 잘 되고, 그냥 사람들끼리 만나서 두는 것보다 대회에서 최대한 집중을 다해 두는 것이 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오델로에 흥미가 생기고 나중에 대회에 참가하는 분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대회에 나가신다면 제가 국내대회 참가비를 지원하거나 같이 연습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덧붙이는 말 1.

오델로 대회에서 심판이 중재할 일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방금 전에 자신이 뒀던 곳을 까먹고 저한테 잘못 뒤집었다고 따져서 중재까지 갈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미 승부가 기울어졌는데 자기 눈에 불리해보이니 몽니를 부리는 것을 보니 오히려 더 반발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저는 그 때 기보를 기록하고 있었고, 상대 수를 보고 기보를 적은 다음 바로 둬서 잘못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말이죠...


덧붙이는 말 2.

저는 보통 제한 시간을 30 ~ 60초 정도 남기는 편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적게 남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최근에 열린 일본 어린이 챔피언전에서는 승리가 확실한 대국인데 끝까지 생각을 하면서 8초 남기고 대국을 마치면서 우승한 사례도 있습니다.


덧붙이는 말 3.


덧붙이는 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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