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편 : 제 27회 전국선수권 1편
[4라운드 흑 김태연 : 백 이춘애, 1수 ~ ]
4라운드 상대는 하야 님 (이춘애 初단)이었고 나는 흑번이었다. 하야 님께서 선호하는 오프닝 방향이 있으며 내가 흑으로 시작하는 방향은 그와 반대라는 것은 몇 번의 대국을 통해 알고 있었다. 백은 대각으로 받았으며 2라운드와 똑같이 Buffalo로 받았다. 10수 백 A3까지 상호 최선으로 진행하였으나 11수 흑 B6는 내가 평소에 자주하던 실수로 -7짜리 수였다. 하지만 14수 백 A6로 초반의 불리함은 -2까지 좁혀졌다. 이후 흑은 실착이 적었고 백은 묘하게 차선수 위주로 착수하면서 차이가 왔다갔다하다가 흑에게 +8정도까지 벌어졌다.
[4라운드 흑 김태연 : 백 이춘애, 27수 ~ ]
27수 흑 G5 이후 백의 몇 차례 실착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28수에서 최선 백 E1 대신 차선 백 H3, 30수에서 최선 백 H6 대신 차선 백 E1으로 진행하였는데 이 상황에서 최선으로 진행하였을 경우 흑은 백에게 착수 지점을 늘여야만 되는 상황이 생기는데 차선으로 진행하면서 백에게 답답한 상황이 유지되었다. 또한 34수 상황에서 흑이 둘 수 있는 G3 대신 백 B1으로 진행하면서 다음 수로 흑이 G3를 차지 백에게 난처한 상황이 진행되었다. 게다가 38수 백 G2는 -24짜리 차선으로 최선은 G7이었다.
[4라운드 흑 김태연 : 백 이춘애, 40수 ~ ]
41수 상황에서 흑의 최선은 B7이었으나 이후에는 상변과 좌하귀만 내주면서 백의 착수가능한 지점을 극도로 줄여버리는 진행이 이어진다. 하지만 이를 보지 못하고 차선인 41수 흑 H8으로 무난한 정리를 하려고 했다. 이 때부터 하야 님의 중후반 버팀과 내 뒷심 부족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대국의 양상은 혼란에 빠졌다. 43수 흑 F7은 +10, 45수 흑 F8은 +4로 이전의 리드를 접전으로 바꾸었다. 특히 45수 흑 F8은 대각 방향으로 백돌을 흑으로 바꾸면서 백에게 운신의 폭을 넓혔다. 백은 계속 최선으로 응수했고, 49수로 -2인 흑 H8로 리드가 백에게 넘어갔다. 이 부분에서 아직 변 처리에 미숙함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견고하게 최선으로 응수하던 백이 -2인 52수 백 E8을 두면서 다시 흑의 우세로 진행되었고, -6인 56수 백 A2가 나오면서 대국은 35-29 흑의 승리로 끝이 났다.
[5라운드 흑 김관윤 : 백 김태연, 1수 ~ ]
5라운드 상대는 김관윤 七단으로 내가 백번으로 No-Kung 정석으로 진행하였다. 하지만 흑 15수 A4로 가는 진행을 보기는 봤어도 익숙한 진행이 아니었고 수순을 잘못 기억하고 있어서 20수 백 A5라는 -10짜리 악수를 터트렸다. 그러나 27수 상황에서 흑이 G3 대신 B3를 가고, 33수 상황에서 흑이 G3 대신 F8을 가면서 격차가 -2까지 좁혀졌다. 그러나 여기에서 큰 실수를 또 한 번 저질렀다. D8이라는 무난한 수가 있었는데 이전부터 계속 후보로 뒀던 B6로 바로 손이 가버렸고 이전까지 버텼던 노력은 허사가 되어버렸다. 이후 35수 흑 E1으로 압박을 가했고 36수 백 G1으로 대각 방향으로 뒤집어지면서 격차는 -22로 커졌고 승부가 한 순간에 기울어져버렸다. 또한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최대한 피해를 최소화해야 되는데 42수 백 C8으로 격차가 더 벌어지고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면서 45-19 흑의 대승으로 대국이 끝이 났다. 한 순간 안일하게 생각하고 빠르게 판단했던 것이 승부를 갈라놓아버린 것이다.
[6라운드 흑 김태연 : 백 김동권, 1수 ~ ]
6라운드 상대는 김동권 初단으로 내가 흑번이었다. 지난 왕중왕전 때와 동일한 상황이었다. 동권 님께서는 허허 웃으면서 "지난 번처럼 로즈로 갈까요?"라고 했고 그대로 이어졌다. 다만 이전에는 21수 상황에서 미끄러졌다면 이번에는 29수 상황까지 수순을 기억하면서 진행을 하였고 33수까지는 수읽기로 최선수를 찾아갔다. 다만 35수 흑 A3를 두면서 백이 A5로 끼워넣기를 할 때 대각으로 흑이 뒤집히는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8짜리 악수였다. 35수 상황에서 흑의 최선은 A2였다. 37수에서도 악수가 나왔는데 최선인 F8 대신 -12인 F7을 뒀다. 이후 최선으로 진행하여 40수 백 B7을 나왔을 때 흑은 두기 매우 난처한 상황이 되었다.
[6라운드 흑 김태연 : 백 김동권, 40수 ~ ]
41수 상황에서 기나긴 장고가 시작되었다. 이 상황에서 최선은 -12은 H7, 차선은 -14인 E1이었다. 하지만 이 수에 대한 생각을 했을 때 이후 상황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수가 41수 흑 B8이었는데 지금 시점에서 복기와 분석을 해도 그 차이를 구분하기 어려운 듯 싶다. 하변을 정리하고 가겠다는 생각이었고 실제 진행도 동일하였다. 47수까지 최선 진행이후 백의 악수가 나왔다. 48수를 둘 상황에서 최선 +16인 B2, 차선 +12인 C1 대신 +2인 B1을 둔 것이다. 이 때부터는 서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49수 흑 C1에 좌상귀를 내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고 게임은 갑자기 미세하게 흘러갔다. 이후 백은 +0인 52수 E1을 두고 흑은 이후 모두 최선으로 응수하면서 32-32 무승부로 게임이 끝났다. 6라운드에서 마지막에 끝난 대국이었기에 엔딩 때에는 모든 선수들이 구경을 했었고 리치 님께서는 52수 상황에서 F1을 염두에 두셨다는 이야기를 했다.
6라운드까지 3.5승이라는 애매한 상황에서 마지막 라운드에 만난 분은 하승섭 五단 (대회 이후 六단 승단)이었다. 쟁쟁한 분들을 상대로 이겼기에 1승이 절실했던 나에게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7라운드 흑 하승섭 : 백 김태연, 1수 ~ ]
오프닝은 Italian으로 대회에서 보기 힘든 생소한 오프닝이었다. 우위를 점하다가 16수에서 백 G3로 대각 방향으로 돌을 바꾸면서 상대가 F6를 착수 가능하게 만들면서 대국은 호각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23수 흑 H5로 대각 방향으로 백돌이 뒤집히고 흑 돌이 생기면서 백이 둘 수 있는 곳이 늘어났다. 이후 +16 언저리의 우세는 34수 백 B3으로 흑이 B5 착수가 가능한 상황을 만들면서 +6으로 줄어들었고, 38수 백 E8으로 +0이 되었다. 39수 흑 D8, 40수 백 C8, 41수 흑 G8으로 진행이 되니 우하 쪽에 수가 없어 42수 백 A4로 최선 진행을 이어갔고, 이후 -4 차차선인 43수 흑 A2, -10인 45수 흑 H7으로 격차가 벌어졌다가 다시 48수 백 B1으로 +0인 상황을 만들었다. 나중에 51수 상황에서 흑은 백에게 상변을 내주는 C1이 최선이었으나 -14인 A7을 뒀고, 무난하게 백이 패리티를 유지할 수 있어서 23-41로 백 승으로 대국을 이겼고 7 경기 중 4.5 승으로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지난 왕중왕전에서 부전승 포함 5승을 한 것과 비교하면 거의 비슷한 성과를 내기는 하였으나 복기를 해 본 결과 거의 모든 대국에서 중후반에 치명적인 수가 있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협회장 님도 자신이 잘 해서 이긴 판보다 상대가 못해서 이긴 판이 많다고 하시는 말이 가슴에 가시처럼 찔려왔다. 전승을 할 것이라 예상됐던 협회장 님은 꾸준히 이기시다가 5라운드에서 하야 님께 한 번 졌고, 그 때문에 리치 님과 6승으로 동일해졌다. MBQ에서 앞선 리치 님이 1등, 협회장 님이 2등을 하셨고, 대회에 처음 출전한 강남 스터디 모임 구성원이신 김용범 님이 5승으로 3등과 함께 입단을 하셨다. 비록 강남 스터디 모임 구성원이 3, 4등을 차지했지만 언젠가는 젊은 피가 위로 올라갈 때가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회를 참가한지 얼마 안 됐을 때에는 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고 그 상황을 즐겼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된다는 생각이 컸다. 그러다보니 대국 중에도 걱정이 많이 되면서 수 읽기에 방해가 된 면이 있었던 것 같다. 대국 중에는 판의 상황에만 집중해야되는데 그 부분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앞으로 계속 실전 경험을 통해 이런 심리적 부담을 덜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평소처럼 대회 준비를 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싶었는데 대회 직전에 일이 바빠 준비는 커녕 오델로도 제대로 못 했던 상황이 아쉽게 느껴진다.
사실 이 글을 로마 대회 이전에 마무리를 했으면 로마 대회를 잘 준비하겠다는 희망적인 내용으로 끝났겠지만, 로마 대회 직전까지 일하다 가는 바람에 훈훈하게 글을 끝낼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대회에서 잘 둘 때가 있으면 못 둘 때도 있으니 대회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운 것 같다. 이전까지의 성과는 초심자의 운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가혹한 시험만이 남은 상황이다. 대회 입문한지 1년도 채 안됐기 때문에 지금 좌절할 필요는 없고 계속 정진하는 것 밖에 답이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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