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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돌아와 커피를 한 잔 했다. 사실 대회 때는 되도록 커피를 안 마시려고 했다. 평소에도 물을 많이 마시고 화장실을 자주 가는 편인데 커피를 마시면 그 빈도가 더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가 차서 집중이 흐트러질게 걱정되어 커피를 찾게 되었다.

3라운드 끝나고 났을 때부터 4라운드 상대가 김동권 님이라는 것은 정해져있었다. 중요한 것은 흑백 중 어떤 것을 잡게 되느냐였다. 3라운드에서 흑을 잡았기 때문에 내심 백을 잡을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페어링 결과 흑을 하게 되었다.

동권 님과 직접 둬 보는 것은 처음으로 알고 있다. (온라인 미니 대회 때 둔 적이 있는지 없는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예전에 동권 님께서 오픈 카톡방에서 새로 들어오신 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저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잠깐 떠올랐다. 나는 그 분에 대해 정보가 많이 없어 대국이 어떻게 진행될지 감이 안 왔지만 동권 님은 대국을 앞두고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였다. 다만 입단하지 않으신 분 중에 실력이 기사와 맞먹는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게다가 남성우 님, 손범근 님, 리치 형님까지 실력자 세 명에게 승을 거두셨으니 긴장이 배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백은 직각으로 진행하였다. 이 때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Rabbit에 이어 Rose, Rose-Birdie/Rose-Tamenori 오프닝으로 진행되었고, 흑 17까지 최선 진행이 이어졌다. 여기서 백의 최선은 두 곳으로 H4와 D7이다. 평소에 H4로 가는 진행을 많이 봤었고 제 2회 수원 대회 때도 나왔다. 그래서 이 길에 대한 연습을 했고 그 추후 최선 진행까지 기억이 나게 되었다. 최선 진행의 경우에는 비슷한 모양이 다른 수순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뇌리에 깊게 남는 진행이였다. 반면 D7은 가끔씩 보이는 수순이었고 대회 전까지 이에 대한 대응에서 실수를 반복하였다. 대회 하루 이틀 전에 Rose-Birdie/Rose-Tamenori에서 실착하는 수순을 반복했던 것이 생각나 연습을 하다가 최선수가 C8이라는 것이 머리에 각인이 되었다. 이 경험이 도움이 되어 바로 최선수로 착수하였다.

동권 님께서 D7 이후 실수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수를 반복하던 부분을 넘어간 것에 대해서는 기쁘게 생각했다. 여기에 백은 B3로 응수하였고 그 다음 크나큰 실수를 저지르게 되었다. 다음 수로 E7을 갔던 것이었다. 수치가 -12로 갑자기 뚝 떨어졌다. 아마 좌상 대각 쪽 뒤집히는 것에 의해 아래쪽으로 벽이 생기며 답답해지는 모양을 간과한 것 같았다. 그 다음 동권 님이 착수하려다가 돌을 판 위의 칸에 떨어트리는 실수를 하셨다. 규정 상 그 자리에 바로 착수를 해야되지만 원래 두시려는 곳에 떨어트려서 진행에 큰 영향은 없었다.

23수로 C6로 진행한 이후 수순은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진행이었다. 흑 25 D2로 상대 내부를 파고든 이후 백 26 D5로 다시 반격을 하였고 B6부터 E3 까지 잇는 C라인을 지키기 위해 C2에 착수하였다. 이에 백은 F2 진행을 위해 F8으로 C5를 백으로 바꾸었다. 이 때는 백이 F2에 착수를 해도 E1으로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는 생각에 29수를 D8을 택하였다. 여기에서 백은 예상 밖의 F7을 택하였고 우변 싸움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H6에 착수하였다. 이에 백은 H3를 택하였고 이 이후 우변에서 H4를 착수할 경우 G3에 흑이 착수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여 E8에 착수하였다. 백은 이에 34수로 B8을 택하면서 우하귀 쪽에 흑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백에게 G8이라는 여유수를 만들어주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좌변의 A6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백이 A열에서는 A5밖에 착수할 수 없기 때문에 좌변에 흑돌 4개의 균형변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었다. 실전에서도 똑같이 진행이 되었다. 이후 백은 F2로 C라인 차지하려고 하였고 흑은 E1으로 이를 다시 잘랐다. 다음 백의 40수는 B7 X 스퀘어였다. 바로 A8 코너로 들어가기 부담스러웠다. 백은 바로 A7으로 끼워들어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상변 또는 우변에서 수를 진행시키기 위해 다음 수를 H5으로 선택하였다. 이 때 G3를 둘 수 없어 변싸움으로 이어지는 전개를 예상하였다. 그 이후 백 D1, 흑 F1, 백 C1, 흑 B1으로 상변에 흑의 불규칙변이 생기고 이 때는 흑 기준 -6으로 격차가 조금 좁혀진 상황이었다. 백은 46수로 H4를 택하였고 그 다음 수로 A8을 택하면서 -10으로 4석을 잃게 되었다. A8 대신 H2를 택하면 백이 G3를 착수할 때 끌려다니는 진행이 예상되어 기각하였고 이 때 흑 G3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수가 최선이었다. 흑 47수 A8 이후 백 A7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여기에서 왕중왕전을 통틀어 내가 둔 수 중 최악이라고 할 만한 수가 나왔다. 다음 수로 G8을 택한 것이었다. 이 때의 기억을 회상하면 착수 가능한 G3, H2, G8이 모두 비슷하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난하게 패리티를 생각하면 G8을 택하지 않았을 것인데 귀신에 씌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G3로 화이트라인을 잘라도 백이 H7 이후 H2로 다시 화이트라인에 백돌만 있는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H2 착수 이후 백이 G3에 들어가는 상황과 연타가 생길 수 있다는 것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요소였다. 다만 그렇게 피해서 G8을 둔 것은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 격이었다. 백은 바로 H7으로 응수하였고 그 순간 큰 착각을 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흑 G3, 백 H2 이후 계속 끌려다니는 형국으로 진행되어 47-16으로 지게 되었다.

대국이 끝나자마자 생중계를 하시던 협회장님께서 49수 상황을 보여주며 여기에서 왜 G8으로 갔냐고 하셨다. 최선 수순은 G3로 대각을 자른 이후 백 H7, 흑 B2로 진행하다보면 기회가 생길 수도 있었는데 G8은 저울의 추를 한 쪽으로 쏠리게 만드는 수였다. G8 이후 백의 착수 때 큰 실수였다는 것을 느끼기는 하였으나 수치 상으로 20 넘게 차이나는 것을 보면서 스스로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점심 식사와 휴식 이후 바로 시작한 대국이여서 그런지 대국에 100% 집중력을 쏟아붓는 듯한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다른 참가자 분들도 똑같은 상황이었기에 이는 변명의 여지가 될 수 없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나보다 경험과 실력이 우수하신 분을 상대로 이기려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최대치를 대국 때 생각해야되는 상황이다. 좀 더 정신이 맑아져야하고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되는 때가 온 것이다.

제 2회 수원 대회 때 경험 상 점심 시간 이후, 대회 중반부 때 흐트러지는 것을 느껴서 그런지 점심을 먹으면서 4, 5라운드 때 1승을 해야 상위권을 갈 수 있는 발판을 다질 수 있으며 이 때 2패를 해버리면 그 뒤의 6, 7라운드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에 4, 5라운드에서 1승 1패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지금 복기하며 글을 쓰다보니 치명적인 실착 두 개는 계속 씁쓸하게 느껴지지만 대회 당시에는 다음 판을 이겨야 된다는 생각에 전 판 상황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기던 판이 뒤집힌 것이 아니라 지던 상황에서 수치가 크게 떨어져서 그런지 심리적으로 덜 흔들리는 것 같았다. 무조건 5라운드를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다음 대진을 맞이하게 되었다. 상대는 리치 형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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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대회 이후 1달 좀 더 지나 왕중왕전이 있었다. 오델로 두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만 오프라인 대회에서 두는 것이 가장 재미있고 즐겁게다. 내 모든 에너지와 체력을 쏟아부으면서 매 착수에 대해 깊게 고민할 수 있는 것이 첫째 이유이고, 내 수읽기와 상대의 수읽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서로의 의도를 교환하는 일종의 수담(手談)까지 느껴진다는 것이 둘째 이유이다. 그래서 대회에서 둔 대국은 어떤 오프닝으로 진행해서 어디에서 승패가 갈렸는지 대략적으로 기억이 날 정도로 강렬하게 머리에 남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대회가 가까워질수록 기대감과 떨림이 동시에 느껴지게 되며 후회 없이 모든 에너지를 쏟고 싶다는 열의에 불타게 된다.

대회 시작이 10시부터여서 이전 대회보다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었다. 근처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도 있어서 수원 대회 가는 것보다 비교적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버스 안에서 시맥스로 오프닝을 다시 점검하였다. 대회를 대비하여 오프닝을 준비하기는 했는데 제대로 숙지했는지 불안한 마음 때문이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여 기원 건물에 있는 카페에서 기다리면서도 핸드폰을 붙잡고 벼락치기 하듯 오프닝 연습을 하였으나 긴장되서 그런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처럼 머리를 빠져나갔다.

55분 쯤 카페 밖으로 나가니 리치 형님과 볼짱 님, 신동명 님이 건물 앞에 있었다. 아쉽게도 영구 형님은 일이 있으셔서 참석하지 못하셨다. 영구 형님의 시원시원한 목소리와 이야기를 듣고 싶었으나 그 기회를 나중으로 미뤄야 했다. 기원은 뒷 건물로 이전했다고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범근 님, 꽁 형, 거제도에서 올라오셨다는 성현 님까지 와서 다 같이 기원으로 이동했다.

 

수원 대회가 열렸던 창룡 도서관은 깔끔한 느낌이었다면 자스민 기원은 오밀조밀하면서 안정감을 주는 분위기였다. 바둑판 하나 너비에 시계 하나 놓는 정도 공간은 덩치가 큰 나에게는 살짝 좁은 느낌이 있었지만 자리보다 대회의 무게감이 긴장을 불어일으켰다. 또한 1번 테이블에는 한일전 때 사용했던 목재 오델로판이 있었고 그 경기는 인터넷으로 중계가 된다고 하니 그 판에서 둬보고 싶어지면서 대회에 대한 기대를 하게 되었다. 또한 이번 대회 때 처음으로 1, 2등 상패가 제작이 되어 있었다. 어렵기는 하더라도 저 상패를 붙잡는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하였다.

인원 체크와 간단한 안내 이후 1라운드 시작 전까지 긴장되어 머리가 텅 비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심리적으로 안정되며 대회 결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시작 5분 정도 전에 협회장 님이 1라운드 페어링을 발표하셨다.

"... 님과 ... 님은 1번 테이블이시고요. 김태연 님 계신가요? 1라운드 부전승입니다."

이 말을 듣고 저절로 양팔을 들고 만세를 하게 되었다. 부전승은 패가 많은 쪽부터 무작위로 결정이 되는데 1라운드 부전승은 말 그대로 천운이기 때문이다. 바짝 긴장해있다가 한 순간이 긴장이 탁 풀려버렸다. 주변에 여러 분이 부러워했고 기쁜 기색을 숨기려고 하였으나 입꼬리는 슬금슬금 올라가고 있었다. 협회장 님께서 중계를 진행하는 동안 대국 구경을 하면서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냈고 그 사이에 심리적 부담감이 많이 해소되었다.

2라운드는 꽁형과 매칭되었다. 백을 잡았고 Kung 오프닝으로 진행하였다. 그러나 순간 착각을 하여 -2 최선 대신 -8로 갔고 그 이후에도 악수를 연발하였다. 하이라이트는 C 스퀘어에 착수하여 상대가 너무나도 쉽게 점프 트랩을 만들도록 허용한 것이었다. 1라운드 부전승 때문에 긴장이 너무 많이 풀어져서 그런지 악수가 잦은 것 같았고 계속 이 상태로 진행하다보면 대회 전체를 망치겠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게 되었다.

 

점프 트랩이나 스토너 트랩을 걸었을 때 귀나 변을 바로 차지하는 것이 은근히 불리할 때도 있고 수순을 잘못 선택하여 상황이 역전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트랩으로 빼앗기는 좌상 근처가 아니라 우변 근처와 우하귀 근처에서 수순을 진행하였고 어느 순간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검토 결과 초반에 -26까지 떨어졌으나 어느 정도 수습을 하면서 격차를 좁혔고 42-22로 이길 수 있었다. 불리했던 형국을 생각하면 믿기 힘든 결과였으나 간간히 나타났던 상대의 실착에 잘 대응하고 포기하지 않아서 얻을 수 있었던 1승이었다.

3라운드는 2승자끼리 대국으로 볼짱 님을 1번 테이블에서 만나게 되었다. 내가 지금까지 나간 1, 2회 수원대회에서 모두 볼짱 님을 만나 1승 1패를 기록했었다. 그 두 판 모두 로즈로 진행하였고 1회 때는 Greenberg/Dawg로 이어져 패배, 2회 때는 Rose-birdie/Rose-Tamenori로 진행되어 이겼다. 이번 대국 역시 내가 흑을 잡고 직각으로 Rabbit으로 갔다. 과연 이번에도 Rose로 갈 것인지 궁금해졌다. 8번째 수에서 볼짱 님은 살짝 고민한 이후 parallel rabbit으로 가는 길을 택하셨다. 13수까지는 최선길을 기억하고 있었으나 그 이후를 잘 몰랐다.

그래도 꾸역꾸역 23수까지는 최선으로 진행하고 수치도 +8까지 벌어졌으나 25수 B4는 악수였다. 착수할 당시에는 F7로 가기 위한 선택으로 생각하였으나 C3가 무난하면서도 조용한 수였다. 대각으로 뒤집히면서 백이 착수할 수 있는 지점을 늘여주는 여지를 남긴 수였다. 그 다음 백이 E8으로 진행하였으면 더 답답한 전개가 되었을 것이었으나 F2로 진행하면서 하변에서 모양을 새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원래 F7 착수를 계획하였으나 상대 역시 C7을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D8을 택하였고 그 이후 조용한 수가 이어졌고 31수 A5에서 -4가 -8까지 떨어졌다. 37수에서 좌상쪽으로 진행을 유도하기 위해 B6를 택하였는데 -16짜리 수였다. 좌상쪽 흑의 벽을 견고하게 만들어 백이 블랙 라인을 차지하고 흑이 못 끊게 상황이 전개될 수 있었다.

그런데 볼짱 님이 38수에 B7으로 X스퀘어를 바로 찔러버리셨다. -16에서 +16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대국 당시에는 내가 그렇게 불리했었는지, 이 수로 유불리가 손바닥 뒤집듯 확 바뀌었는지 바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 때부터 슬슬 백이 차지한 블랙 라인을 끊을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첫 시작은 F1이었고 바로 D1으로 방어하였다. 이 상황에서 상변을 내주면 둘 수 있는 수가 없기에 B1을 뒀고 백은 C2로 응수하였다.

볼짱 님은 이후 내가 B3로 가기를 바랐으나 이전부터 계속 나는 C3로 진행하면 백의 대각을 자르거나 화이트라인을 흑으로 바꾼 이후 잘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은 백의 44수 A6 다음에 45수 B3로 백이 점유하던 블랙 라인을 잘랐다. 백은 46수 A2로 다시 방어하였으나 불규칙한 변을 만들면서 블랙 라인이 잘리는 상황을 늦추기 위해 47수로 A4를 택하였다. 이후 백은 A3로 응수할 수 밖에 없으며 B2로 화이트 라인을 흑이 차지하는 것이 계획이었다. 이 때 백에게는 G1으로 블랙라인을 자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는 상변과 우변을 모두 내 주기 때문에 형세가 불리해질 것으로 판단하였다.

백은 49수 B2 이후에 50수로 G1 대신 F8을 택하였고, 이어지는 A7, A8, B8으로 흑을 끼워넣었다. 그 이후에 백은 54수 G1을 택하였고 이에 H1을 바로 차지하였다. 그 이후 A1, H8, G7, G8, G2의 최선 진행이 이어져 42-22로 대국이 마무리 되었다. 아직 3라운드 남은 대국이 있어서 그 동안 볼짱 님과 중계를 해 주셨던 협회장님과 함께 대국 내용을 다시 검토해보았다. 핵심은 이른 X 스퀘어 공격이 패착이었다는 것이다. 다만 중반에 -6 짜리 악수를 확인한 순간 등줄기에 땀이 쫙 흐를 정도로 섬뜩하였다.

 

3라운드까지 끝났을 때 3승자는 나와 김동권 님 밖에 없었다. 4라운드의 대진은 확정이 되었다. 4라운드는 점심 식사 이후에 진행될 예정이었다. 원래 간단한 점심거리를 준비했었지만 단체로 기원 옆의 식당으로 가는 행렬에 합류하게 되었다. 식당에 앉아서 제육볶음을 시킬 때, 매운 음식이 속을 뒤집지 않을까 배가 차 있는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며 식사를 마쳤다.

 

다음 글 - 제 2회 왕중왕전 2편, 3편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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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여정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하루 하루, 한 발자국씩 걷는 것처럼 살아가고 있지요.

 

제 인생이라는 길 위에 같이 가고 있는 취미로 오델로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아직 저 스스로 지키기 급급한 실력이지만 이 글을 통해 오델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이 게임 역시 하나의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와 함께 64개의 칸을 돌 하나씩 두면서 채워나가기 때문입니다.

제가 걷고 있는 이 여정을 다른 분들과 함께 가고 싶기도 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오델로라는 게임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마 게임보다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이 게임은 리버시 또는 오셀로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한 때 윈도우 기본 게임 중에 하나로 있기도 했었고

전자사전에 있는 경우도 있었고 야후 등 인터넷 사이트나 스마트폰 어플도 있습니다.

 

추상전략게임 중 바둑, 장기, 체스, 오목 등 유명한 것이 많지만

그 중에서 오델로를 취미로 하는 이유는 간단함 때문입니다

규칙 자체를 숙지하기도 쉽고 인터넷 상으로 2~10분 정도 짧은 시간에 한 판을 끝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걸어가거나 밥 먹는 시간 등 자투리 시간에 잠깐 하기 좋고

그렇게 3~4년 정도 본격적으로 오델로를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 배운 건 훨씬 더 옛날이지만요.)

 

룰을 최대한 간명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1. 가로 세로 8줄로 구성된 판에서 가운데 네 칸에 흑 2개 백 2개가 교차되어 놓여진 상태로

시작하여 흑 선으로 시작하여 흑백 번갈아 가면서 돌 한 개씩 두면서 진행을 합니다.

 

2. 돌은 격자 내부의 칸에 둘 수 있으며 자기 차례 때 상하좌우 대각선 8개 방향을 따라 '자신이 둘 위치' '기존에 있는 자기 돌' 사이에 상대방의 돌이 있어야만 둘 수 있습니다.

 

3. 착수한 자기 돌과 기존의 자기 돌 사이 상대방 돌만 존재하는 구간을 모두 뒤집어 자신의 돌로 만듭니다, 한 수에 8개 방향 중 가능한 모든 방향으로 뒤집어야 하며, 사이에 끼워져 있는 상대 돌을 모두 뒤집어야 합니다.

 

4. 둘 수 있는 곳이 있으면 무조건 착수를 해야 됩니다. 만약 자기 차례에 둘 곳이 없으면 패스를 하여 상대방에게 턴을 넘기고, 판이 모두 채워지거나 흑백 모두 둘 곳이 없으면 게임이 종료되고 돌이 많은 사람이 이기게 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림을 추가하겠습니다.


[그림 1]


처음 시작은 그림 1과 같습니다. (오델로판에서 열을 A ~ H, 행을 1 ~ 8로 표현하며 A1, H8처럼 영어, 숫자 순으로 칸을 표기합니다. 편의상 이 표현을 사용하겠습니다.)

 

판의 가운데 네 칸 중 D4, E5는 백, D5, E4는 흑을 둔 상태에서 게임을 시작합니다.

첫 수는 흑이 두기 때문에 둘 수 있는 곳은 D3, C4, F5, E6 총 네 곳입니다.

D3에 흑을 두면 D5에 있는 흑돌 사이에 백 D4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C4에 흑을 두면 E4에 있는 흑돌 사이에 백 D4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그림 2)

F5에 흑을 두면 D5에 있는 흑돌 사이에 백 E5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E6에 흑을 두면 E4에 있는 흑돌 사이에 백 E5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그림 2] - 좌 / [그림 3] - 우


그림 2처럼 C4에 흑을 두게 되면 D4가 흑으로 바뀌면서 그림 3처럼 바뀌게 되고,

그 다음 백 차례에는 원래 있던 백 E5와 함께 흑을 사이에 끼울 수 있는 C3, E3, C5 중 하나에 착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림 4] - 좌 / [그림 5] - 우


그림 4는 게임이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 백 차례에서의 상황으로 백이 둘 수 있는 곳을 점으로 표시하였습니다. 이 중 G5에 백돌을 두는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림 5)

 

기존에 있던 백 D2G5 사이에 우하 대각선 방향으로 E3, F4는 모두 흑입니다.

기존에 있던 백 D5G5 사이에 우측 가로 방향으로 E5, F5는 모두 흑입니다.

기존에 있던 백 D8G5 사이에 우상 대각선 방향으로 E7, F6는 모두 흑입니다.

백이 G5에 착수하면서 위에 나열한 흑돌(+ 표시)을 무조건 모두 백돌로 뒤집어야 합니다.

 

이 때 주의할 점은 흑 C5는 뒤집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록 흑 C5는 백 B5와 착수한 백 G5 사이에 존재하지만

C5 G5 사이에 있는 C5, D5, E5, F5가 모두 흑이 아니기 때문에 C5는 흑으로 남아있게 됩니다.


[그림 6]


그림 6의 경우에는 원래는 백의 차례이지만 빈 칸 중에 백이 착수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느 곳에 착수를 해도 흑을 두 개의 백 돌 사이에 끼워 넣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럴 경우 패스를 하여 흑 차례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림 7] - 좌 / [그림 8] - 우


일반적으로 64개의 칸을 모두 채우는 경우에 게임이 종료가 됩니다.

하지만 그림 7처럼 칸을 다 채우기 전에 한 가지 색으로 다 바뀌면 흑, 백 모두 착수 가능한 지점이 사라지기 때문에 그 시점에서 게임이 종료가 됩니다.

또한 그림 8에서 H8에는 흑, 백 모두 착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게임이 종료됩니다.

(최근 대회에서 제가 흑을 뒀던 판이었습니다. 씁쓸하군요.)

게임 종료 이후 더 많은 돌을 가진 사람이 이기게 됩니다.

 

규칙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셨으면 아래 링크에서 오델로를 직접 둬 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http://hewgill.com/othello/

이보다 다양한 프로그램과 어플, 사이트는 천천히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처럼 특수 규칙 없이 간단한 규칙만으로 게임이 진행되지만

경우의 수나 이기기 위한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래서 오델로에 대해 ‘A minute to learn, a life time to master’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오해나 잘못된 이해를 피하기 위해 이 글에는 비교적 복잡하게 설명했지만 다른 게임에 비해 룰이 간단하기는 합니다.

 

이 글을 통해서 오델로의 매력에 접하시는 분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앞으로 계속 오델로의 흥미로운 요소와 전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모서리 차지하면 유리하다는 것 이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위의 링크 외에 오델로를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AI 또는 사람과 둘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어플 중에는 리버시 달인과 Reversi war가 있고,

인터넷 사이트는 www.playok.com이 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 사이트보다 어플로 하는 경우가 보편적입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흥미를 느끼셨다면 두 어플 중 하나를 추천 드리겠습니다.

 

온라인이 간편하기는 하지만 오프라인에서 실제 판을 가지고 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특히 직접 돌을 뒤집는 건 오프라인 대국의 묘미입니다.

혹시 오프라인 판으로 두고 싶으시면 직접 둘 기회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저처럼 오델로에 흥미를 갖는 사람이 생기면 너무나 기쁠 것 같습니다.

오델로 관련하여 궁금한 내용이나 글에서 다뤘으면 하는 내용이 있으면 댓글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자료 출처] 그린오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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