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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라운드 상대는 홍현우 님이었고 이 경기에서 나는 백번이었다. 현우 님은 첫 대회 출전이었지만 오델로 오픈 톡방에 계셔서 대략적인 실력과 스타일을 알 수 있었다. 리버시워 1700 중반에서 1800 사이로 특이한 점은 흑을 잡았을 때 Wild rabbit 오프닝을 즐겨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백이 대각으로 받으면 Heath 오프닝을 가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래서 원래는 백을 잡으면 대각으로 갈 계획을 하였으나 Heath에 대한 대응이 불안하다고 판단하여 현우 님께만 직각으로 가고 Wild rabbit에 대한 최선수를 살펴보았다. 게임도 그대로 진행이 되었지만 10수 정도 지나고 아는 길을 벗어나니 +4의 유리함은 -2 정도의 불리함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만 현우 님께서 가운데에 뭉쳐있던 형세가 유지될 때 갑자기 대각으로 삐죽 튀어나가면서 C 스퀘어로 들어가면서 -10으로 뒤집어졌고 그 격차가 큰 변화 없이 유지되면서 37-27로 마무리되었다. 유리함이 느껴지기는 하였으나 중, 종반에 어물쩡하다가 유리함을 잃기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었다.
6라운드 경기가 일찍 끝나면서 다른 테이블 경기를 볼 수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흥미를 끌었던 경기는 리치 형님과 재영 님의 경기였다. 4승자 끼리의 대국이여서 대회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이었기 때문이다. 내 대국이 끝난 이후에는 중반에서 종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이었고 서로 시간을 거의 다 쓰면서 혼신의 대국을 두고 있었다. 두 분 다 장소할 때 가만히 앉아 있지 않고 서 있는 성향이 있는데 재영 님은 일어서서, 리치 형님은 의자 위에 걸터 앉으면서 장고를 이어갔었다. 두 기사의 결연한 모습은 관전자로 하여금 기가 죽게 할 정도였다. 이 장면은 제 2회 왕중왕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대국 역시 남은 시간이 1분 미만으로 지나가기 시작했다. 보통 1분 쯤 되면 시계를 의식하게 되는데 리치 형님은 40초 언저리까지 판을 집어삼킬듯한 야수의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시간패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보는 내 마음까지 조급해졌지만 관전하는 사람은 침묵을 유지해야 했다. 결과는 33-31로 리치 형님의 승리였다. 특히 중반에서 재영 님이 스토너 트랩 찬스를 놓치면서 큰 우세를 잃고 결과가 뒤집어지면서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다. 거의 모든 시간을 쓰면서 두 판의 박빙의 승부를 건져낸 리치 형님의 모습은 본받아야 될 모습일 것 같다.
6라운드에서 이기면서 하야 누님, 재영 님과 함께 4승자가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판은 흑으로 소재영 四단님과 겨루게 되었다. 온라인에서 많이 둬보기도 했었고 관전을 하면서 재영 님은 백일 때 무조건 대각으로 가고 Cow와 그에 이어지는 Rose-v-Toth 쪽 오프닝으로 가면 Tanida로 이어져 불리해질 것이라는 판단에 이번 대회에서는 백 대각에 대해 Buffalo로 대응하기로 마음을 먹은 상황이었다. 다만 Buffalo 오프닝 준비한 것을 사용한 건 이번 대회에서 처음이었다. 이전 기보에서 재영 님이 Hokuriku Buffalo로 주로 가는 것도 파악을 했지만 사전에 연구해뒀던 오프닝이 있었다는 걸 파악하지는 못하였다.
8수 백 E3부터 재영 님이 준비한 오프닝으로 -4 길이었다. 11수까지는 최선 진행이었다가 12수 백 F1은 오프닝 북 상 -5으로 차선이었다. 여기에서 흑의 최선은 E1이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고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전에서는 +0인 F2로 진행하였다. 그 이후 진행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8정도 불리한 상황까지 갔다가 어느 순간 판세가 뒤집어졌고 36-28로 이기게 되었다. 이렇게 대회는 5승 2패로 마무리 되었다. 1, 2등은 6승을 하신 동권 님과 리치 형님이었고, 유일한 5승자였던 나는 3위, 4위는 재영 님이었다.
아쉬운 판도 있었지만 기나긴 대회가 끝났다는 생각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지금까지 대회 중에서 가장 체력 소진이 심했기에 끝난 이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서인 것 같다. 기사로서 우승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당연하고 채찍질 해야하지만 3등이라는 성적은 가볍게 여길 성적은 아닌 것 같다. 또한 한일전 대표로 선발된 것 역시 영광스러운 혜택이다. 단급 포인트 정리 이후 시상식이 있었다. 상패는 1, 2등에게만 주어졌다. 인터넷에 올라온 2017 유럽그랑프리 파리 대회 기사에서 4위를 한 Imre Leader가 트로피 대신 물병이 들고 있던 사진 (참고 링크) 생각이 나 재영 님과 함께 생수 통을 들고 1위 동권 님, 2위 리치 형님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대회 마무리와 정리를 하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과연 부전승이 없었다면 이 정도 성적을 받을 수 있었을지, 한일전 대표로 선발되었는지 말이다. 그러나 '야구에는 만약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처럼 이를 따져보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1라운드에 내가 누구를 만나느냐부터 생각하면 이후 페어링까지 다 꼬이기 때문이다. 대회 전에 대부분 실력이 비슷하기에 당일 컨디션과 운이 결과를 좌우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냉정하게 말하면 1라운드 부전승이 없었을 경우 내 승수는 4나 3이 되었을 수도 있다. 운이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는 법이다. 리버시워를 하다보면 이상할 정도로 판이 안 풀리는 나링 있는데 대회 때 이런 일이 생기면 곤란하다. 아무리 악운이여도 실력으로 뚫고 지나가도록 실력을 키우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의 영역이다.
(초상권을 생각하여 정면으로 나온 얼굴을 가렸습니다)
대회가 끝난 이후 삼겹살 집에서 저녁 식사가 있었다. 오델로 대회는 내 생각과 상대 생각이 부딪히면서 대립하는 점에서 재미가 있다면, 오델로 플레이어와 만나고 시간을 같이 보낸다는 것은 같은 취미를 공유한다는 동질감이 크게 느껴진다. 즐기는 사람이 소수라는 점이 친밀감을 더 키우는 요인인 것 같다. 각자 대회 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면서 기억을 복기하면서 기쁨을 즐기기도 아쉬움을 달래기도 하였다. 뒀던 판 이야기, 한일전 이야기 등 오델로 관련된 이런 저런 이야기로 저녁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식사 중 오늘 처음 뵙는 협회장 님께서 한 판 둬보자고 해서 흑을 잡고 Rose로 이어지는 길을 갔지만 큰 점수 차이로 패했다. 그러면서 협회장님께서는 기보를 보고 분석한 다음 실착이 있는 지점부터 AI와 함께 두면서 AI를 이길 때까지 계속 둔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어렵기는 해도 AI 난이도를 적당히 설정하면 빈틈이 존재한다고 하셨는데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벽을 두드려야 된다는 걸 보니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대회의 긴 여운 때문인지 저녁 자리는 2차로 이어지고 11시 가까이 해산하였다. 대회가 끝나고 나면 2~3일 정도는 여운이 강하게 남는데 판을 사이에 두고 내 모든 생각을 쏟아내는 것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이유같다. 이번 대회에서 얻은 성과는 백을 잡았을 때 항상 대각으로 가던 진행에서 벗어나 직각으로 전환했다는 것과 Buffalo 오프닝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활용했다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폭넓게 오프닝을 알고 공부하는 게 중요하지만 대회를 준비하면서 한 오프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형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게 되는 것 같다. 동권 님과 뒀던 판에서 악수 두 개 빼면 내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 종반의 미묘한 차이를 파악하는 건 어렵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 중 하나로 본다.
오델로 기사들을 만나고, 대회에서 집중하며 오델로를 두는 건 즐거운 경험이다. 대회를 나가면서 이전 대회보다 조금 더 나아진 나를 바라보는 것 역시 보람이 느껴지는 요소이다. 다음 대회는 한일전이다. 내가 오델로로 어느 정도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대회에서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후회하지 않는 대국을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대회를 준비해주신 협회장님을 비롯하여 참가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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