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델로 일상(?)] 돌 헤는 밤

2018. 3. 12. 00:05 | Posted by 태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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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헤는 밤


원작 : 별 헤는 밤 (윤동주)

김태연


녹음이 우거지는 판 위에는

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판 위의 돌들을 다 헬 듯합니다.


판 위에 하나 둘 놓여있는 돌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오늘 많은 대국을 한 까닭이요,

내일 둘 대국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내 실력이 충분치 않은 까닭입니다.


돌 하나에 오프닝과

돌 하나에 트랩과

돌 하나에 실착과

돌 하나에 패리티와

돌 하나에 승패와

돌 하나에 재영님, 재영님,


재영님, 나는 돌 하나에 오프닝 이름 하나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처음으로 했던 오프닝의 이름과, Heath, Brightwell, Rose, 이런 이국 사람들의 이름과, 벌써 최선 진행을 다 외운 오프닝의 이름과, 소, 말, 토끼, 쥐, 뱀, '무라카미 타케시', '타메노리 히데시' 이런 오델로 플레이어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높이 있습니다.

제 레이팅이 너무나도 낮듯이.


재영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무안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돌들이 놓여진 판 위에

새 리워 계정을 만들고

몇 판 두고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서 둔 판이

부끄러운 실착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2000을 지나고 나의 계정에도 2400이 온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계정이 묻힌 리워 위에도

자랑처럼 랭킹에 올라갈 거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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